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23일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과 김포시 일대 3곳에서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은 이들이 수억원대 빚으로 인해 금전적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1년간 도시가스 요금 약 190만원을 체납했던 이들은 최근 주거지 인근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고, 끝내 숨졌다.
24일 서울 송파경찰서와 김포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전날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오아무개씨가 아침 7시30분께 추락해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시시티브이(CCTV) 등을 분석해 오씨가 사망 전 김포의 한 호텔에서 초등학생 딸과 묵은 것을 파악하고 호텔로 갔으나 딸은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딸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등을 통해 객실에 오씨 외 다른 인물이 드나든 정황이 없어서 오씨가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오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도 같은 날 오씨와 오씨 딸 등과 다같이 거주하던 서울 송파구 송파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씨의 사망 소식을 알리려 유족에게 연락했지만, 이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이들이 오씨 사망시점보다 하루 앞선 지난 22일 오후 또는 밤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신기록 조회 결과 오씨는 숨지기 전날인 23일 오전까지 남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경찰은 오씨가 남편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최근 채권·채무 문제로 갈등하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파경찰서는 지난 6월 오씨의 지인 3명이 ‘2억7000만원 가량 피해를 보았다’며 오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오씨가 수억원대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인물들에게 자신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내주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송파동 다세대 주택에선 오씨의 남편과 시누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오씨의 시댁은 최근 살던 집 보증금을 오씨에게 건네고 송파동 다세대 주택으로 합가하게 되는 등 경제적 갈등이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한다. 경찰은 오씨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이들 중 숨진 가족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거주지 인근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급여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급여를 받지는 못했다. 이날 오씨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발견된 송파동 다세대주택에는 지난해 7월26일부터 지난 8월28일까지 도시가스 요금 약 187만3000여원이 미납됐다는 안내장이 놓여 있었다. 남편 명의의 카드값 97만5000여원이 연체돼 채권추심업체가 다녀갔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상담을 진행했지만, 가구 소득과 재산 기준 모두 초과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안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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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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