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에버랜드 ‘핼러윈 축제’ 사진(왼쪽)과 올해 진행되는 ‘해피 땡스기빙 파티’ 사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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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이 사라졌다.
‘핼러윈 시즌’인 9~10월 각종 축제 및 파티가 기획되는 여느 때와 달리, 올해 놀이공원과 지역축제, 일부 유치원에선 핼러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핼러윈 데이(10월31일) 이틀 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어 핼러윈 콘셉트를 앞세우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18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에버랜드·서울랜드·레고랜드·롯데월드 등 국내 유명 놀이공원은 올해 가을 축제를 기획하면서 핼러윈 테마를 다른 테마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난해 ‘핼러윈 축제’를 열었던 에버랜드는 추수감사절을 콘셉트로, 서울랜드는 독일의 대표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 춘천 레고랜드는 ‘가을 작물’, 롯데월드는 ‘판타지’를 콘셉트로 삼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아무래도 핼러윈이라는 표현을 피하려고 했고, (공포 분위기 테마도) 좀 더 밝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랜드 역시 “(참사를) 상기시키는 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새로운 테마를 찾아서 시도했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놀이공원을 포함해 유통업계까지도 올초부터 이번 핼러윈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매해 연중행사처럼 이뤄진 유치원의 핼러윈 파티도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파티를 안 열기로 자체 결정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있다”고 했다.
지역 축제들도 대체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대구 남구청이 주최하던 대표적인 핼러윈 축제 중 하나인 ‘대구 핼러윈 축제’는 올해 잠정 취소됐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국민 정서와 추모 분위기 등을 고려한 조처다.
시민들 사이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매해 놀이공원을 찾았던 최아무개(32)씨는 “국가적인 참사를 애도하는 의미에서 테마를 변경하는 취지는 좋지만, 이태원 참사가 핼러윈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니지 않으냐. 다른 곳에서 핼러윈 축제를 한다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반면 종종 핼러윈 데이를 챙겼던 김아무개(30)씨는 “그날 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희생됐는데 1주기만큼은 다 같이 추모를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올해는 핼러윈을 즐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320만명이 모인 한 육아 커뮤니티에선 “유치원에서 한다고 하면 그날은 등원 안 시키려고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는데, “밖에서 하는 것도 아닌데 하면 어떠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놀이공원 테마 관련 에스엔에스(SNS) 게시글에서도 “그래도 핼러윈 파티를 즐길 거다. 핼러윈을 혐오하는 것보단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에 신경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댓글과, “1년밖에 안 됐으니 추모하고 쉬는 게 맞다”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