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7월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주검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총액을 대폭 삭감(16%)한 가운데, 정부가 강화했다고 밝힌 재난 대응 연구개발 예산도 18%(244억원) 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한겨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과 ‘2024년도 정부 예산안(총지출)’을 분석한 결과,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재난관리’ 부문에서 편성된 연구개발 예산은 1116억원으로 올해 관련 예산 1360억원보다 17.9% 줄었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재난안전 분야에 중점 투자했다고 홍보했지만, 재난안전기술 분야 항목이 늘었을 뿐 예산 총액은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생활안전예방서비스 기술 개발’ 등 2개 항목이 전액 삭감됐고 ‘도시침수 방어능력 강화를 위한 피해저감 실용화 기술 개발’ 등 3개 항목(414억원) 예산이 신설됐다. 유지된 16개 항목 가운데 5개 항목만 올해 예산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했으며, 나머지 11개 항목은 감액됐다.
특히 정부는 올해 재난안전 분야 예산이 2조2439억원으로 6천억원가량 늘렸다고 강조했지만, 증가분의 72%가량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복구 등을 지원하는 재난대책비였다. 올해 예산보다 4배 늘었지만, 해당 예산의 실제 집행률은 재난 발생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2021년엔 절반에 못 미치는 43.5%였고, 지난해에는 203.7%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11.8%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장기적으로 재난 대응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재난행정정보화 예산은 11억원 줄였다. 차세대 비상대비정보종합시스템 구축·운영(87억5500만원 요구),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 예산(올해 12억35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과 정보화 예산이 삭감됐고, 집행률이 낮은 재난대책비는 대폭 올렸다. 실질적인 재난 대응 예산 삭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식 의원은 “연구개발 예산을 수백억 삭감하면서 어떻게 재난 대응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예년 수준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올렸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실현 가능성이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삭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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