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방송국을 상대로 퇴직금과 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ㄱ씨가 경기방송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은 “ㄱ씨가 경기방송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원심은 판단했는데,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2006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2년간 ㄱ씨는 경기방송과 프리랜서 방송출연 계약을 맺고 심야 라디오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다. 계약서에는 근로조건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 오히려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으면 출·퇴근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겸직도 가능했다. 실제로 ㄱ씨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다른 회사에서 강사로 일했고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다른 회사의 사내방송도 진행했다. 이때 경기방송에서 허가나 승인을 따로 받지 않았다. 프로그램 출연에 관한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를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ㄱ씨는 방송출연 계약이 끝난 뒤인 2020년 4월 퇴직금과 각종 수당 64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ㄱ씨는 “생방송 2시간 전에 출근해 방송준비를 하고 방송이 끝나도 1시간 가량 업무 정리를 했다. 방송진행 이외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가 특정 사무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ㄱ씨가 다른 경기방송 직원들과 달리 회사 바깥의 영리활동이 가능했고 출퇴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회사 행사에 참석하거나 기숙사를 제공받았다는 것만으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상고기각 판결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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