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수사경찰과 기동대 인력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지구대·파출소 인력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이 지역 경찰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갑작스러운 수사인력 축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한테 받은 경찰 인력 현황을 보면, 지구대·파출소 인력은 최근 5년 사이 고작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8년 4만9241명이었던 지역경찰 인력이 2020년 5만1360명까지 소폭 증가한 뒤, 이후 감소세를 보여 올해 7월말 기준 4만9478명이다. 올해 정원(5만594명)과 비교해도 1116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5년간 경찰 전체 인력이 10%(1만2656명)가량 증가했지만, 40% 안팎을 차지하는 지역경찰 인력은 고작 0.5%(237명) 증가한 데 그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구대·파출소는 49곳이 신설되고 10곳이 폐지되면서 오히려 39곳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사경찰은 1.3배(2만8528명→3만7252명) 늘었고, 기동대는 2.7배(4608명→1만2371명)가량 늘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의무경찰 제도 폐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사건 추이도 변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등이 중한 범죄로 분류돼, 인력 증원을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APO)이나 학교 전담 경찰관(SPO) 등에 배정해 지역경찰은 변동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차별 범죄가 잇따른 뒤에야 경찰청은 수사인력과 지방경찰청 내근직 인원을 조정해 전국 지구대, 파출소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중 조직 개편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순찰 인력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 인력 등을 줄일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나서 “현장 수사 인력이 감소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상황이지만, 특정 부문만 ‘순감’을 피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제팀 소속 경찰관은 “고소·고발 반려 제도도 폐지돼 연간 12만건을 일단 접수해 수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사인력을 줄이면 국민 불편만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지구대·파출소 2043곳에 한 두명씩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인력 증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5조3교대인 서울 지구대·파출소는 정원을 5명 늘려야 하루 1명의 팀원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예전보다 업무가 늘어난 여청과 등은 1~2명만 늘려도 체감이 되는데 무리하게 인력을 줄였다가 관련 사건이 터지면 또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경찰에선 그동안 경찰 전체 증가 비율만큼의 인력도 전혀 늘려주지 않다가, 조직개편을 앞둔 지휘부가 현장에 책임을 돌리기 위한 감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책으로 제시한 도보순찰 강화 등은 신고 사건의 현장도착 시간이 늦어질 수 있는 부담이 현장경찰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학섭 부산 북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내부망에서 “거점 도보순찰을 실시하면 최소한 2분 이상은 신고 출동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고출동을 수시로 하는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조직 개편에 나서기보다 치안 수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체계적인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실제 외근 인력도 명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외근 경찰을 일시점 3만명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청은 “근무형태가 다양해 일시점 근무자를 명확히 산정할 수 없다”며 5만명 이상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이해식 의원은 “무리하게 수사인력을 줄인다면 수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수사내용이 부실해지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아마추어, 주먹구구식 분석이 아니라 치안 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인력 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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