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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또 초등학교 앞에 교사 분향소와 국화, 포스트잇이…

등록 2023-09-02 14:05수정 2023-09-03 09:58

양천구 초교 앞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학교 출입문 주변에서 시민들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붙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학교 출입문 주변에서 시민들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붙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제는 내 차례인가. 몇이 죽어 나가야 바뀔 건가.’

2일 정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검은 곳을 입은 사람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전날 이 학교 6학년 담임교사 ㄱ(38)씨가 자신의 집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동료 교사이자 학부모, 학생들인 그들은 새어 나오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포스트잇에 추모글을 적어 붙이고, 학교 내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한 뒤 고개를 숙였다. 초등교사노동조합 등은 ㄱ씨가 교직 생활의 어려움으로 연가와 병가를 내며 써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18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9월4일)를 앞두고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했다. 정문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눈물짓던 20대 후반 교사 조아무개씨도 학생들 간 다툼과 그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으로 고통을 겪고 1월부터 휴직 중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저만 지옥이었다. 해결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휴직을 했다”며 “(이번 사건의) 교사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학교 출입문 주변에서 시민들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붙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학교 출입문 주변에서 시민들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적어 붙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교사들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정오 기준 정문 앞에 늘어선 210개의 조화에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변한 게 없어 죄송합니다. 편히 쉬세요’,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등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정문 앞에 붙여진 포스트잇에는 ‘선생님 6학년 때 저희를 잘 가르쳐 주어서 감사합니다’, ‘한 학기 동안 선생님께 음악을 배웠던 제자입니다. 항상 사랑과 응원으로 저희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학생들의 추모글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교사 유아무개(30)씨는 “다시는 교사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고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보장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초구 초등학교 집회를 했는데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유씨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많은 교사가 이곳에 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게 마음에 와 닿아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온 교사 황아무개(36)는 “돌아가신 교사도 자녀가 있었다고 하는데 더 마음이 아파서 집회 가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한두 걸음씩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ㄱ씨의 초등학교 동료 교사 1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돌아가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자리를 함께 지키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주말인 3일까지는 추모를 진행하고, 재량휴업이 가능해지면 4일까지도 추모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시민들이 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달 31일 숨진 사실이 알려진 뒤인 2일 오후 시민들이 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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