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 실종자를 찾다가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군 검사가 해병대 수사관에 “사본을 떠놓고 잘 보관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등 수사 외압을 암시하는 정황이 녹음파일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3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와 해군검찰단 소속 ㄱ검사의 통화 녹음파일 2개를 공개했다. 통화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2일과 다음날까지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3일 이뤄진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ㄱ검사는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자료를) 가져가게 된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사했던 내용은 싹 날리고 수사를 다 처음부터 다시 할 계획이 혹시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해병대 수사관은 “그 시나리오처럼 된다면 다 무효가 되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ㄱ검사는 “최악의 최악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대비해놓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본을 떠놓고 잘 보관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ㄱ검사가 “걱정된다”고 재차 말한 뒤, “너무 무서운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통화가 끝난다.
통화가 이뤄진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것이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긴 것이라며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이첩된 사건 자료를 다시 회수했다.
앞서 검찰단이 구체적으로 해당 수사관에게 법리 검토를 해준 점도 2일 녹음된 파일로 확인됐다. ㄱ검사는 임 사단장의 책임과 관련해 “(임 사단장이) 사건 현장에 방문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위험을 예견했어야 함에도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사건을 발생시켰다”고 수사관에게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무서운 일이라는 표현을 군검사가 했다”면서 “국방부 검찰단이 진실을 가리려고 하고 있고 모든 수사 기록을 뒤집어 엎어서 박 대령을 항명죄로 구속시켜 입막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항명죄 등으로 입건된 박 대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9월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