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주거취약계층(돈의동, 창신동,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 등 5개 쪽방촌)을 대상으로 목욕 이용권을 제공하는 ‘동행목욕 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이 목욕탕 지원 사업을 하고 싶다고 서울시에 제안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한달에 한번 인근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2장(7∼8월에는 4장)씩 주민 2407명에게 지급된다. 1년간 5억원, 3년간 15억원이 투입된다.
목욕 이용권 사업을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사업은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집계 결과, 올해 7월까지 주민 2407명이 이용권을 1만1060번 사용했다. 5개월 동안 주민 한명이 목욕 쿠폰을 4.6번을 쓴 셈인데, 한달에 한번도 쓰지 않은 셈이다.
실제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은 ‘씻지 않는 이유’를 두고, 씻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귀찮다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역 인근에 사는 윤안희(61)씨는 “이용권이라는 표기가 좀 부끄러워서 잘 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대중목욕탕 사용 지원 사업은 서울시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이동목욕 서비스라던가 공공목욕탕 사업도 해봤지만, 연속성이 없었다. 다만 이번 사업은 사라지는 목욕탕도 살리면서 주민들에게 쾌적해질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봤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자주 쓰는 사람들에게선 ‘더 달라’는 요구도 많다”며 “이번 사업이 다른 지역에서도 확대될 수 있는 마중물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지역은 쪽방 등 주거 취약층에 국한되지 않고, 주민 전반에게 씻을 공간과 기회를 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니 민간에선 목욕탕 사업에 선뜻 나서지 않고, 공공목욕탕 역시 운영이 쉽지 않다. 부산 중구의 공공목욕탕인 대청행복탕은 올해 초 경영상 어려움으로 폐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대청행복탕도 2001년 6개나 있던 관내의 목욕탕이 전부 폐업해 구청이 주민 복지를 위해 조성한 공공목욕탕이었다. 10차례나 유찰된 뒤에 구청이 사용료를 대폭 삭감하면서 위탁 사업자를 찾아 겨우 운영이 가능해졌다.
목욕탕이 한곳뿐인 충북 영동군은 하나뿐인 목욕탕 문제를 해결하고자 ‘1면 1목욕탕’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군수가 바뀐 뒤 정책도 백지화됐다. 대신 영동군은 작은 규모의 목욕탕을 군에서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9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아 요일별로 남녀를 구분해서 이용해야 해, 실제 사용자가 많을지는 미지수다.
민간 목욕탕이 두곳뿐인 전북 순창군 역시 군에서 ‘작은 목욕탕’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설이 크지 않다 보니 고령자 일부만 찾는 실정이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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