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8일 오후 승인 없이 티브이 생방송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항명죄 수사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위가 국방부의 ‘집단린치’에 가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29일 오후 3시 회의를 개최한 뒤 군인권센터가 지난 14일 제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조치를 취해달라’는 신청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필요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해 전체 인권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됐다”며 기각 사유를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결정을 내린 김용원 군인권보호관과 원민경·한석훈 위원에 대해 사퇴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성명을 내고 “박 대령이 보직해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고, 견책 징계를 이미 받아서 긴급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불필요하다는 김 보호관의 설명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긴급구제 신청의 핵심은 항명죄 수사와 관련된 내용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난데없이 보직해임무효확인소송을 들먹이니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김 보호관이 지난 16일 긴급구제 신청을 보고 받고 군인권보호위 소집을 지시했지만 ‘위원 한 명이 지난 18일까지 회의에 올 수 없다고 해서 개회하지 못했다’고 변명한 것에 대해서도 “궁색하다”고 했다. ‘군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긴급구제는 상임위가 아닌 군인권보호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지난 18일 상임위 개회를 거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긴급조치 신청인데도 불구하고 보름이나 시간을 허비했고 그 사이에 박 대령은 징계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군인권 보호의 책무를 지닌 자들이 인권침해를 옹호하며 박 대령에 대한 국방부의 집단린치에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명죄 수사에 힘을 실어준 김 보호관과 원민경·한석훈 위원에 대해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인권위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청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게 된 경위 및 그 적절성 여부,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개시 경위 등에 대해선 조사개시 결정을 의결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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