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3 묘역을 찾은 대전시민들이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가 새달 9일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잔디광장에서 열기로 한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를 취소했다. 육사에서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추진되는 가운데 ‘주민 화합’이라는 행사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노원구는 29일 오후 구민들에게 ‘2023 경춘선숲길 가을음악회 장소 변경 및 육사 우호의 날 행사 취소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구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를 공유하고 있다.
노원구는 “(노원구에 위치한) 육사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요람으로 노원구민들에게 자부심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군 시설 보안상 왕래가 자유롭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 교내 벚꽃 명소를 개방하는 등 주민들과 교류의 폭을 확대했고 이에 힘입어 새달 9일을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로 정해 가을음악회와 거리예술제, 드론쇼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애초 행사를 개최하려 했던 취지를 밝혔다. 가을음악회는 육사 내 잔디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원구는 “대한민국의 뿌리는 임시정부이고, 국군의 뿌리 또한 독립군이라는 것은 정부와 국방부 모두 공식 인정한 사실임에도 육사의 갑작스러운 독립군 흉상 이전 소식에 노원구민들은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울 따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군과 주민의 대화합’이라는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부득이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노원구는 “지금이라도 육사는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영웅들의 흉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주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재선)됐다.
‘노원구-육사 우호의 날’ 행사는 취소됐지만 가을음악회는 새달 9일 1만명 규모 그대로 서울과기대 종합운동장으로 장소만 변경해 개최된다. 거리예술제 등 예정된 프로그램도 계획대로 진행한다. 다만 드론쇼는 안전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했다.
노원구가 구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