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61)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가족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년 넘게 재산등록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후보자 가족은 2000년께 아내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옥산, ㈜대성자동차)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는데, 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 당시엔 법률상 재산등록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며 “처가의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고,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뀐 것과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도록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 제출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을 보면 이 후보자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상장주식 ㈜옥산 250주, ㈜대성자동차 250주가 포함됐다. 평가액은 2억4731만7000원이다. 이 후보자의 아내와 아들, 딸이 동일한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평가액 합계는 9억9천만에 이른다. 그 결과 이 후보자의 재산 총액은 2023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64여억원)보다 8억원 늘어난 72억여원이다.
이 후보자는 2010년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로 승진해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됐다. 이후 매년 재산을 공개했지만 비상장주식 내역은 한번도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6월부터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할 때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의 취득 경위와 소득원 등 재산 형성 과정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재산 형성 과정 기재가 자율에 맡겨져 있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관련법 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상장주식 내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뒤늦게나마 관련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파악하고 이번 임명동의안 첨부서류에는 비상장주식 내역을 포함했고, 해당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도 했다”며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 가족회사(㈜옥산, ㈜대성자동차)의 발행 주식은 거래 가능성이 크지 않아 백지신탁 대상이 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대법원장 후보자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불법(공직자윤리법 위반)을 저지른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공직자로서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세세하게 등록하고 공개하려 노력했으나 세부적인 시행령 규정의 변화를 알지 못해 착오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다만 해당 주식을 보유하는데 재산 증식의 목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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