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관람객이 떨어뜨린 장난감을 물고 있는 러바오의 모습. 에버랜드 동물원 카페 ‘주토피아’ 갈무리
에버랜드에 사는 판다 ‘푸바오 아빠’ 러바오가 방사장에 떨어진 관람객의 장난감을 먹이로 착각하고 입에 넣어 깨물어 사고로 연결될 뻔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바로 대처해 러바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장난감을 떨어뜨린 부모도 에버랜드에 사과했다. 에버랜드는 판다를 보러온 이들에게 관람 예절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29일 에버랜드 동물원 공식 네이버 카페인 주토피아를 보면, 판다들을 돌보고 있는 송영관 사육사는 지난 28일 “자신의 공간에 떨어진 새로운 물건이 궁금했던 러바오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떤 물건인지 간단히 확인했고 입안에 상처도 없는 것을 제가 직접 확인했다”고 글을 올려 러바오에 이상이 없다고 알렸다.
지난 26일 러바오가 깨문 관람객이 떨어뜨린 장난감. 에버랜드 동물원 카페 ‘주토피아’ 갈무리
지난 26일 판다월드에서 아버지와 함께 있던 아이의 버스 장난감이 난간 안쪽 방사장 바닥으로 떨어진 뒤, ‘러바오가 장난감을 집어 입에 물어 위험할 뻔 했다’는 목격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졌다. 송 사육사는 걱정하는 이들에게 러바오가 문제없다고 안심시키고 장난감을 떨어뜨린 아이의 어머니가 사과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메일에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목마를 태워 판다를 보여주려다 장난감을 방사장에 떨어뜨렸고, 러바오가 걱정되니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송 사육사는 “(아이 어머니가)다음부터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갈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하셨다. 이건 아이가 아닌 함께한 어른들의 잘못이니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을 보내왔다”며 “러바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부모님도 아이도 너무 큰 죄책감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실수를 인정하며 소중한 경험으로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시니 오히려 고개가 숙여지고 감사할 따름이다”고도 덧붙였다.
판다 관람 예절. 유튜브 ‘말하는동물원 뿌빠TV’ 갈무리
송 사육사는 “동물과 관람객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판다들의 관람을 5분으로 제한하여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을 안내 드린다”며 “적극 동참을 부탁드립니다”고 당부했다. 송 사육사가 말한 것은 9월1일부터 에버랜드 판다월드 관람 방식이 바뀌는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번 일이 벌어지기 앞서 에버랜드는 9월1일부터 판다월드 무제한 관람이 사라지고 시간과 인원이 제한될 예정이라고 지난 21일 예고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고 소음이 계속되며 판다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우려해 내놓은 조처다. 9월1일부터는 약 80명이 한 팀으로 입장해 5분씩 관람하게 된다.
판다는 청각이 예민해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주변 소음에 민감해 하는 동물이다. 에버랜드는 판다월드에서는 관람객들의 음식물 섭취와 통화나 대화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한다. 목마 관람도 판다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판다 관람 예절. 유튜브 ‘말하는동물원 뿌빠TV’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