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에서 캠핑장으로 변신한 버드하우스 캠핑장에 어둠이 내리자 텐트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 신나게 뛰놀았을 운동장, 운동회라도 열리면 마을 축제의 장이 됐을 경남 남해군 창선면의 북창선초등학교. 1963년 서창선국민학교 북창선분교장으로 문을 연 학교는 학생 수의 감소로 1999년 폐교했다. 문 닫은 학교 운동장에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하나둘 불 밝힌 텐트를 이순신 장군 동상만이 내려다보고 있다.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후박·동백·목련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 가족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저녁을 먹는다. 캠핑장으로 탈바꿈된 뒤 학교 운동장과 교실은 사람들의 온기로 다시 채워졌다.
한 가족이 캠핑장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 박종식 기자
캠핑장 이용객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인구 소멸로 폐교의 증가세가 가파른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폐교를 캠핑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6~21살 학령인구는 2014년 918만1천명이었지만, 2023년 725만9천명으로 10년 사이 190여만명이 줄었다. 올해 졸업생이 없던 초등학교는 89곳에 달했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줄어 폐교가 늘어나자 각 지자체는 다양한 폐교 활용법을 내놓고 있다. 주로 캠핑장, 수련원 등으로 변모했다 최근에는 한국어학교, 버려진 고양이 보호소, 청년창업공간 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녹슨 이순신 장군 동상이 캠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교실은 서각 작품 전시 및 제작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전국의 폐교는 3922곳으로 이 중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폐교는 358곳이다. 지자체들이 폐교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폐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 학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떠나간 빈 운동장을 지키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새 역할을 찾아 켜켜이 묵은 때를 벗기를 기대해본다.
2023년 8월 2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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