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폐지와 개정을 다 염두에 둔 것이다. 폐지하고 다른 조례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폐지가 안 된다고 할 것도 없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이 부총리는 같은 날 관련 브리핑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원할 경우에 가능하다는 말이지 교육부가 폐지를 권고한다는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학생인권조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생인권조례의 수난사는 길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한 뒤 진영 갈등의 단골 소재로 쓰였고,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을 부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조례 5조에서 규정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문제 삼으며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주장까지 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뒤 당정이 학생인권조례 정비를 교육활동 보호의 대안으로 꺼내 들면서, 또 한번 공격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의 진단은 다르다. 악성 민원과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는 그릇된 인식, 사교육 성행과 맞물린 공교육의 붕괴 등 복합적 원인으로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인권을 존중받는 경험을 한 학생이 타인의 권리를 더욱 존중하고, 교권이 바로 서야 학생 인권도 더 보호받는 등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호 보완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2017~2021년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 건수를 산출해보니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선 교사 100명당 0.5건, 없는 지역에선 0.54건이었다.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교육부는 또 다음달부터 적용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와 학생인권조례 사이에 상충하는 내용이 있어 학생인권조례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교사가 휴대전화 등 수업 방해 물품을 압수할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고시에 담기는데 이는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조항과 충돌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엔 ‘교육활동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이 제·개정에 참여하는 학교 규정으로 휴대전화와 전자기기의 사용 및 소지를 규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 조례와 고시가 반드시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의 정책 방향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당장 교육부가 이달 안에 발표할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최종안에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미 교육부는 지난 14일 종합대책 시안을 공개하며 시도교육청이 학생의 책임·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등 일부 시도교육청도 이런 조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혹은 폐지가 가르치는 보람과 즐거움을 잃어가는 교사들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까? 정작 필요한 질문에 답은 내놓지 않은 채 벌어지는 속도전이 위태로워 보인다.
김민제 노동·교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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