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유해발굴 관계자들이 개토제를 마친 뒤 시굴 조사를 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8월부터 이곳에서 본격 유해발굴에 나선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이달부터 12월까지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희생자 유해발굴에 나선다.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아닌 인권침해 사건으로는 진실화해위의 첫 유해발굴이다. 전북 군산에선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유해발굴도 처음 진행한다.
진실화해위는 18일 오후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3년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용역사업 착수보고’를 용역기관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우종윤 원장으로부터 받았다. 우종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선감학원 피해아동이 묻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37-1등 전국 8곳의 유해발굴 대상지 현황 보고를 했다.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은 1946년 2월부터 1982년 9월까지 부랑아 일소 및 갱생을 명분으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연행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선감학원에 수용하여 피해자들이 사회와 격리된 채 일상적인 굶주림,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0월 선감학원 진실규명 당시 원아대장을 확보하여 신청인 167명 뿐 아니라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37-1에서 유해 매장 추정지의 봉분 130~150여기의 봉분 중 5기의 봉분을 선별, 2022년 9월26일부터 5일간 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봉분 모두에서 선감학원 수용 아동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와 유품인 단추 등을 수습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 진실규명 보고서에서 국가뿐 아니라 선감학원의 운영·관리주체였던 경기도의 책임을 적시하고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발굴을 신속히 추진하고 적절한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으나, 경기도는 올해 3월 유해발굴 사업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진실화해위는 7억7천여만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는 2023년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용역사업의 하나로 선감학원을 포함시켰다. 발굴 면적은 500㎡다.
선감학원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발굴 예정지 7곳은 경기 여주시 북내면 신남리 산35,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 산7,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644·653·883, 충남 서산시 갈산동 176-4, 경북 울진군 울진읍 고성리 산86(이상 군경에 의한 부역혐의 희생),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석리 16-49·16-29(이상 군경에 의한 국민보도연맹 희생), 전북 군산시 신관동 290-2 군산대학교 공대2호관(이상 인민군·지방좌익 등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다. 이번 발굴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재)일영문화유산연구원,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선감학원 유해발굴과 같은 기간에 진행한다.
이날 전체위원회에서는 또한 세종시 소재 추모의 집에 보관중인 한국전쟁기 희생자 3700여구의 유해 중 2000여구의 유해부위를 선별해 DNA시료채취를 하는 ‘DNA 시료채취 용역’ 사업 보고도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7월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근거로 전국 6개 지역 7개소를 선정해 유해발굴을 진행해 왔다. 당시 60여구 이상 유해가 나왔던 아산과 서산은 이번에도 유해발굴을 진행하게 됐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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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에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