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남성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가던 ㄱ씨가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버스기사는 문을 열어줬다. KNN 뉴스 갈무리
경남 창원의 한 버스 기사가 모르는 남성에게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던 여성에게 길 한복판에서 문을 열어준 사연이 알려졌다. 여성은 버스 기사에게 감사를 전했다.
17일 창원시 누리집 ‘칭찬 이어가기’ 게시판을 보면, 지난 15일 ‘창원 3006번 버스 기사님 위급 상황에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볼 수 있다. 작성자 ㄱ씨는 “버스 기사님에게 감사 인사 드리고 싶어 글 올린다”고 글을 시작했다.
ㄱ씨가 모르는 남성의 위협을 느끼고 도로를 뛰어가는 모습. KNN 뉴스 갈무리
ㄱ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30분께 창원 의창구 집 근처 대로변에서 산책하던 중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처음에는 길을 물으려고 하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보고 삿대질하며 ‘뭐라 뭐라’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며 “이상한 느낌을 받고 도망가려고 하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색이라 건너갈 수 없고, 큰 대로변이라 지나가는 차들만 있고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순간 정차하려던 택시가 눈에 들어왔지만 상황을 모면하기에 여의치 않았다. 대로변에 정차한 택시를 타고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택시 안에 승객이 있어 택시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도망가려고 저는 뛰었고, 아저씨는 계속 쫓아왔다”는 ㄱ씨는 다른 택시를 발견했지만 택시 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쫓아오던 아저씨가 약간 거리를 두고 오고 있어서 택시 기사님이 위험 상황이라는걸 인지 못 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게 ㄱ씨의 이야기다.
ㄱ씨를 위협 하며 쫓아온 남성. KNN 뉴스 갈무리
그때 신호 대기 중인 버스가 ㄱ씨의 눈에 들어왔다. ㄱ씨는 “신호 걸린 버스가 보여서 문을 두드리니, 열어주셨고 사정을 말씀드리니 태워주셨다. 쫓아오던 아저씨가 버스 문 앞에 왔는데, 기사님이 문을 안 열어줬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ㄱ씨는 “밝은 대낮에 대로변에서 이런 일을 겪어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해 글을 남겼다”며 “(버스기사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창원 3006번 버스기사 이승현씨가 KNN과 인터뷰하고 있다. KNN 뉴스 갈무리
케이엔엔(KNN)이 16일 공개한 시내버스 블랙박스와 폐회로티브이(CCTV)를 보면 ㄱ씨가 전한 긴박했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창원 3006번 시내버스 4년차 기사인 이승현씨는 케이엔엔에 “(당시에 ㄱ씨가) 급박한 표정이고 겁을 먹은 표정이어서 상황이 평소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