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7월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들머리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국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세상을 등진 교사가 숨지기 직전 발생한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 2명이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먼저 전화를 건 내역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더라도 연결이 되지 않은 채 ‘부재중 전화’로만 남았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인의 통화내역을 살펴봤지만, 학부모가 고인한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직접 통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ㄱ씨가 학부모에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담임교사 ㄱ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확인한 학부모와 숨진 교사 ㄱ씨 사이의 통화내역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받은 자료로, 실제 통화가 이뤄졌을 때만 기록이 남는다. 실제 연락이 이뤄지지 않은 부재중 통화 내역은 직접 당사자의 휴대전화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경찰은 ㄱ씨의 휴대전화(아이폰)를 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학부모가 제출한 휴대전화에서도 관련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ㄱ씨가 숨지기 직전 학교 안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연필 사건’ 이후 ㄱ씨가 사망한 날까지 “(해당) 학부모 당사자와 고인간의 통화 및 문자메시지가 수회 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관련된 학부모 2명 중 먼저 교사 개인전화로 직접 연락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왜 고인이 주변에 그런(학부모에게 연락이 와 소름이 끼쳤다) 얘기를 했는지는 전후 사정들을 조금 더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가 학교로 유선 전화를 걸었는데, 이 전화가 교사 개인전화로 착신 전환됐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경찰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ㄱ씨 반 학생이 다른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두드리다가 이 학생의 이마를 긁으면서 발생된 다툼이다. 사건 초기 관련 내용을 익명 게시판 등에 올린 동료교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어진 학부모 민원이 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제보하면서, 경찰 수사도 확대됐다.
지난달 18일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ㄱ씨는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바 있는데, 같은 달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 ‘연필 사건’이 나왔다. 상담을 요청한 내용의 가장 최근 기록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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