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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정부 고질병 도졌다…‘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논썰]

등록 2023-08-12 09:00수정 2023-08-18 17:56

무능·남탓·권위주의, 전세계에 보여줘
“공직자들 움직이지 못한 지도력이 문제”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지난 열흘여 동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나셨을 겁니다. ‘무능·남탓’ 정부의 실패가 집약된 결정판이었습니다.

잼버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였다는 사실이 대선 당시부터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에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로 추대됐습니다. 추대식에서 윤 대통령은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 잼버리를 대통령으로서 전폭 지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 잼버리 개영식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스카우트 행사에서 최고의 예우를 표현한다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했습니다. 스카우트 출신의 대통령에 명예총재로까지 추대되고 개영식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누린 윤 대통령이 이 행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런 몰염치가 없을 것입니다.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본적인 할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를 자초하는 ‘무능과 무위’, 문제가 터지면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남에게 떠넘기기 바쁜 ‘무책임과 남탓’, 우격다짐으로 문제를 모면하려는 ‘권위주의적 행태’. 잼버리는 현 정권의 고질병처럼 돼버린 이 세가지가 극명하고도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됐습니다.

무능과 무위

잼버리 파행은 정부가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태였습니다. 경고음이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25일 국정감사 장면입니다.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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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 열달 앞뒀습니다. 잼버리가 제대로 될까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물론입니다.”

이원택 “두고보십시오. 이 책임은 장관님께 나중에 역사가 물을 겁니다.”

김현숙 “저는 차질없이 준비하도록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택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이거 점검하셔야 됩니다. 전세계에서 다 바라보고 있는 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이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숙 “지금 저희가 태풍·폭염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의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야당 의원이 지금의 상황을 예지라도 한 것처럼 정확한 지적을 했는데, 장관은 귓등으로 듣는 태도였습니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에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잼버리공동조직위원장) “잼버리 대회가 공포와 트라우마로 남는 대회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과감하고 시급한 국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더욱 가관인 장면은 행사 시작 나흘 전인 7월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현장 점검입니다. 이 장관이 식수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만져보고 “온수, 냉수인가”라고 묻자 한 직원이 “여기는 일반 물만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동행한 김관영 전북지사가 “서서히 시원한 물이 나오네”라며 수습했습니다. 수도관이 달궈져 뜨뜻한 물이 나오는 상황을 직접 보고도 뭘 점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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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행사 준비는 설렁설렁 하면서도, 만전을 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개영식 행사입니다. 2일 저녁 8시부터 개영식이 열렸는데 두통, 복통, 어지럼증, 피부질환 등 환자가 80여명이나 발생했고 소방당국은 밤 10시45분께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10시54분께 행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행사는 20여분간 더 이어졌습니다. 잼버리가 시작된 1일 이미 400여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한 상황이었는데도 안전보다 행사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경호 관련 대비도 철저했습니다. 학생들 소지품 검사를 하느라 입장이 늦어져 3시간 넘게 기다리다 결국 개영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소방당국이 행사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조직위원회가 30분 넘게 더 행사를 강행했다, 이런 소식도 들리던데 들으셨죠?”

잼버리 학부모 “거기에 애들이 5시간 정도 앉아 있었거든요. 나가고 들어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렸고요. 그날 낮에 체감온도가 40도였어요. 어떤 애들은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온 애들도 있는데, 이 재미없는 행사에서 가장 쇼킹했던 것은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주십시오, 큰 박수 부탁, 저는 이거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리고 아니 왜 도열을 하는 겁니까? 그 힘든데.” (8월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태원 참사가 떠오릅니다.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주변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데만 신경쓰고 압사 위험에 대한 경고는 흘려버린 결과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잼버리 역시 공무원들의 눈길이 참가 참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은 외면한 채 대통령에게만 쏠렸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대통령 눈치보기 말고는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수해 때도 미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극한호우를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 대피와 통제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의 산사태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피해가 발생한 뒤에는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릴지에만 골몰합니다.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대규모 수해도 그렇고, ‘국가의 부재’에 이어 ‘책임의 부재’라는 똑같은 풍경이 재연됩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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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과 남탓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세계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 문재인 정권 시절입니다.…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준비종합계획의 수립 등과 같은 용역이 이뤄진 것도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주도했던 일임을 민주당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전 정권 탓’을 했습니다. 이제 지겨울 정도의 ‘전 정권 탓’ 레퍼토리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유치한 국제 행사는 현 정부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국제 행사는 몇년 전에 유치가 결정되고 실제 행사가 치러지는 건 대부분 정권이 바뀐 이후입니다. 하지만 역대 올림픽·월드컵 등 모든 국제 행사의 성공 여부가 이를 유치한 정부의 책임으로 돌려진 적은 없습니다. 정부가 바뀐다고 다른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정권을 잡았으면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데 전 정부 탓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잼버리 행사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성공 개최를 자신해왔습니다.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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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이번 대회는 170여개국 4만3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이자 한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3월3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저희가 배수로를 만들었어요. 가보시면 가로세로 배수로가 다 있어서 물빠짐이 잘 일어나고 있어요....영내 그늘 시설 조성을 완료하였고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7월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번 잼버리 행사가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해왔고 그렇게 잘 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7월29일)

윤 대통령 부부가 개영식에 참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그런 자신감의 마침표이자 현 정부가 이 행사의 최종 책임자라는 대내외적 공표였던 것입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전 정부 책임을 운운합니다. 행사가 성공하면 자신의 공이고, 실패하면 정 전부 탓이라는, 아주 편리하고 무책임한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이전 정부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 사업의 부적절성은 계속 논란이 돼왔고 잼버리를 이 사업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한 것도 되짚어볼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잼버리 실패의 원인 자체는 그리 오래 거슬러갈 필요가 없습니다. 조기 철수를 결정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는 4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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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카우트 연맹 맷 하이드 대표 “우리는 특히 화장실의 위생과 청결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또 음식의 양과 (채식주의 등) 특별한 식단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걱정거리였습니다. 폭염을 피할 시설과 의료 서비스의 부족도 우려됐습니다.”

4가지 모두 몇년의 준비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행사를 앞둔 막바지의 준비 과정이 너무 허술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점들이었습니다. 실제 2021년부터 3년간 편성된 잼버리 총사업비 1171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617억원이 올해 집행됐습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여성가족부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현 정부에서 여가부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것도 잼버리 준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대규모 수해 피해가 난 뒤에도 “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며 기발한 발상을 선보였습니다. 국론을 모아 재해 복구에 전념하기보다 시민단체를 적으로 몰아 민심을 ‘갈라치기’하는 데 재난 상황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책임 모면과 화살 돌리기에 국민들이 식상해 있음을 정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유체이탈’과 ‘정신승리’도 현 정부의 장기입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8일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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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오히려 지금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위기대응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고….”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 이후의 수습 과정에서라도 그런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더 심각한 국격 추락이었습니다.

권위주의적 행태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태풍 대비 잼버리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체 계획)을 보고받고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막상 8일 영지 철수가 시작되자 상황은 더 가관으로 흘러갔습니다. 참가자들의 숙소를 갑작스레 마련하면서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충남의 한 대학은 기숙사 상황 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채 갑자기 800여명의 잼버리 참가자가 도착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식사나 방 배정 등 구체적 지침도, 비용 처리 언급도 없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대학은 예멘 참가자 175명을 배정받고 출장뷔페 음식까지 준비했는데, 밤늦게 이들은 애초부터 이번 잼버리에 불참해 입국조차 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학생 참가자들과 지원인력이 각기 다른 시·도의 숙소로 배정돼 흩어진 나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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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부터 수습까지 총체적인 실패를 만회하는 카드로 정부가 생각한 게 케이팝 콘서트였던 것 같습니다. 공연 장소와 출연진 섭외를 둘러싸고 무리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독재 정권이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당일 예정된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을 결방하고 이 출연진을 케이팝 콘서트에 출연시키기로 하더니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급기야 “국방부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케이팝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비티에스(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비티에스 동원’을 주장했습니다.

비티에스 팬들은 “‘잼버리 사태’로 풍비박산 난 대한민국의 국격을 되살리기 위해 BTS를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반민주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문화예술인들, 전시 총동원령도 아니고 어떻게 국민의 권리나 의무를 마음대로 제한하나요?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스케줄이 있는 거고요, 그것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그렇게 강조하셨잖아요, 대통령께서.…북한도 아니고요, 말도 안되는 거예요.”(8월9일 MBC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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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6일로 예정됐던 케이팝 콘서트 출연진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되면서 스케줄 문제로 11일 콘서트 출연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던 걸그룹 아이브도 갑작스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일 “아이브가 6일 출연 약속을 지키고자 다른 일정을 조정해 자발적으로 케이팝 콘서트에 출연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체부는 “출연진 섭외는 KBS에서 주관하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출연진을 요청하거나 섭외를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공연 장소가 새만금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오락가락하면서 기존 경기 일정이 취소되자 축구팬들과 축구계에서도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단 페트레스쿠 전북 현대 감독은 6일 “정말 나쁜 소식이다. 태어나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정부가 말 한마디로 한국 축구의 텃밭인 케이리그 그라운드를 빼앗아 가는 모습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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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다가오는 비상 상황에서 소방대원·경찰관을 스카우트 대원 숙소 관리 등에 투입한 행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이팝 콘서트 지원 인력을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에서 차출하면서 불만도 터져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공무원 동원 부분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잼버리 행사 실패의 뒷감당을 전국민이 나눠지는 모양새입니다. 비상사태 때나 내리는 ‘총동원령’을 연상케하는 이런 모습이 외국에는 한국 사회의 후진성으로 비칠 게 걱정됩니다. 현 정부에 내재한 권위주의적 디엔에이가 공무원 사회의 무능·무위를 낳고 무책임과 남탓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요.

원인 낱낱이 밝혀 ‘정부 실패’ 교훈 삼아야

이번 잼버리는 정부 실패의 결정판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해부가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실패는 계속 이어질 게 뻔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고작 1주일 동안 진행된 잼버리 대회에서 지난 1년간 반복되어온 윤석열식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국이 밑바닥까지드러났습니다.…윤석열 정부가 단 1주일 만에 국민의 지지는 물론 세계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지금, 면피만 생각하며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고 스스로 국정운영의 기초를 처음부터 다시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8월9일 기자회견)

야당의 요구가 없어도 정부·여당은 국정조사를 자청해서라도 이번 실패의 원인을 분명히 확인해야 합니다. 올림픽·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제대로 원인을 따져야 합니다. 원인은 남탓으로 돌리고 책임은 말단에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돼서는 또다른 실패를 막을 수 없습니다.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보수 원로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논썰] 윤 정부 3가지 고질병 집약된 ‘국정 실패 결정판’ 잼버리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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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태원 참사, 지난 수해, 잼버리까지 재난 상황이 닥칠 때 사전에 준비도 안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닥쳤을 때 컨트롤타워가 서고 영이 딱 서야 되는데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합니까?”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위기관리 능력이 있으려면 평소에 뛰어난 국정수행 능력이 있어야 돼요. 말을 바꾸면 평소 실력이 안된다는 얘기에요.”

진행자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전부 이민 간 것도 아니고….”

윤여준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능력으로 따지면 유능한 공직자들이에요. 경험도 많고. 근데 자기 성의를 다 안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진행자 “성의를 다하지 못하는 분위기….”

윤여준 “그렇죠. 성의를 다하도록 만들지 못한 책임자들에게 문제가,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8월10일 MBC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국가가 작동하게 만들지 못한 지도자의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개영식 환영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길러진 독립심과 책임감, 이웃에 대한 봉사 정신, 국가에 대한 헌신의 자세는 여러분을 훌륭한 리더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훌륭한 리더에게 요구되는 독립심, 책임감, 봉사 정신, 헌신. 바로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결여된 덕목들입니다. 잼버리를 뼈아프게 돌아보면서 지금이라도 이 덕목들을 하나씩 배워가기 바랍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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