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이지현(24)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양쪽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국악을 널리 알리고 싶던 20대 해금 연주자가 3명에게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이지현(24)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양쪽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5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친 이씨는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가족에게 친구 집에서 눈을 붙이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잠자리를 준비하던 도중 이씨는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지만 이씨 가족은 자신보다 주위 사람들을 배려했던 이씨가 마지막 가는 길에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가족은 장기기증을 받은 분들이 이씨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희망했다. 이씨 부모 역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에서 이지현(24)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양쪽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대전에서 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착한 성품으로, 가족에게도 애교가 많았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식사도 직접 챙기고 부모에게도 잘했다고 한다.
이씨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즐겨 보던 드라마 ‘추노’에 나온 해금 연주를 듣고 국악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늦게 시작한 해금 연주이지만 열심히 노력해 목원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해금 연주자로 활동했다. 이씨는 많은 사람에게 국악과 해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이씨 언니는 “지난해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도 놀러 가고 올해 가족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나. 너와 함께한 추억을 평생 갖고 살아갈게. 다음 생애도 함께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지내자”며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