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도로에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 폐영식과 함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케이-팝(K-POP) 콘서트’가 열릴 예정인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0일 거센 빗줄기 속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 밤 태풍 ‘카눈’이 북상하며 서울을 관통한다는 예보에 안전 우려가 제기됐지만 조직위는 행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무대나 시설 설치가 급하게 이뤄져 혼란스러운 모습도 목격됐다.
조직위가 만든 ‘자연재난 위기 대응 행동 매뉴얼’을 보면, 태풍 등 자연재난 ‘심각’ 단계에서는 개·폐영식과 영 내·외 과정활동 등 행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조직위는 태풍 ‘카눈’ 북상 예보에 상황을 ‘심각’ 단계로 판단하고 지난 8일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도권 등으로 대피시켰지만, 콘서트와 폐영식 일정은 취소하지 않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이유와 관련 “(콘서트가 열리는 11일 오후 서울에는 약한 빗방울 정도만 비칠 정도라는 예보가 있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상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자주 목격됐다. 내부 시설 점검을 하고 나온 한 직원은 한겨레에 “오늘 비가 많이 오니 배수를 신경 쓰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현장)에서도 배수가 문제 되지 않았느냐”며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소방 관련 시설 점검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직원은 “무대 설치는 거의 마무리된 것 같은데 태풍이 지나가야 (리허설을 하든) 뭐든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자 관계자들은 비옷을 입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경기장 내부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이동식 화장실은 위치 지정이 늦어져 철수될 뻔했다.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선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업체 직원 ㄱ씨는 “경기장 내부 설치가 어려워 보여서 바깥에 설치하겠다고 했더니 ‘10분만 기다리라’고 해놓고 2시간을 회의하더라”며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현장 상황도 모르고 결정도 늦다. ‘개판 5분 전’이다”라고 답답한 듯 말했다 태풍이 다가오는 저녁 8시까지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하는 ㄴ씨는 “(일하면서) 원래 밥이 나오기로 했는데 안 나와서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부처 간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여성가족부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둘 공간을 서울시설공단에 물어봤지만, 공단 쪽도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어떻게 공간을 사용할지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이에 여가부 관계자는 “협조가 잘 안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간사용이나 동선이 전날 오전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각 부처는 ‘사전 준비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장 무대 설치 등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 콘서트 안전 대책 등 행사 준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10일 쏟아지는 빗속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운반하는 지게차 모습.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
경기장 내 잔디밭에 놓일 의자를 준비 중인 모습.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
한편 경기장 내부에 있는 마트 직원이나 인근 주민들은 인파 때문에 걱정이었다. 직원 ㄷ씨는 “인산인해가 우려된다. (내부가) 마비될 수 있다. 비가 오면 마트 안으로 더 들어오려고 할 텐데 안전도 걱정”이라고 얘기했다. 주민 ㄹ씨는 “그 많은 인원을 한명 한명 어떻게 통제하겠느냐.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일반인까지 주변에서 서성거릴 텐데 관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얘기했다.
서울경찰청은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 도로의 일반차량 진입을 11일 오후 2시부터 행사가 종료되는 밤 11시께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