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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든 아이폰이든 영구삭제기 때문에 어떤 포렌식 전문가가 와도 복구 못 합니다. 포렌식으로 남은 찌꺼기 확인해드리는 작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최근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디지털 증거를 수집·복구하는 포렌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포렌식 분석을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영구복원 불가’를 자신하는 홍보 글을 올린 한 업체는 ‘스마트폰 데이터 영구삭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휴대전화는 30분~1시간 정도만 맡기면 당일 결과를 알 수 있고, 영구삭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 작업도 진행해 준다”고 밝혔다. 비용은 카카오톡 기준 30만원. 전화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항목이 추가될 때마다 각 11만원씩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업체 관계자는 “자기를 방어할 권리는 법에도 규정돼있다. 본인의 정보를 방어하겠다는데 이유는 묻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디지털 장비의 사용이 늘면서 포렌식은 수사의 기본이자 출발점이 됐다. 특히 최근엔 비밀번호 없인 잠금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아이폰’까지 수사기관이 여는 데 성공하는 등 관련 기술 발달도 빠르다. 하지만 이를 피해가려는 안티포렌식 기술 역시 교묘해지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면서, 증거인멸로 인해 수사기관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업체는 포렌식 업체와 연락한 사실까지 영구삭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업체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카톡만 삭제하면 된다고 말해도 저희가 상담을 진행해 필요한 부분까지 모두 제거해드린다”며 “영구삭제를 했다고 말씀만 드리고 돌려드리면 대부분의 고객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고객의 불안을 없애주기 위해서 서비스로 포렌식을 해드린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와 함께 자동차 역시 안티포렌식의 주된 대상이다.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이 보편적으로 탑재되는 경우가 많고 휴대전화와 연동돼 수사 과정에서 주요한 증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안티포렌식을 진행한다는 업체는 “요즘은 대부분 휴대폰을 연동해 다니기 때문에 통화기록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목적지, 블랙박스 등 다양한 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어 이런 기록을 한꺼번에 지워주길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안티포렌식 업체들이 늘면서 수사기관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검찰청은 발전하는 안티포렌식 기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검찰의 디지털포렌식 업무와 조직을 재설계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증거인멸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형량이 가중되는 사유가 될 수 있다. 본인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타인을 이용했다면 증거인멸죄의 교사범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