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하나인 경기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보강공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근 빠진 아파트’ 논란이 확산하면서 정치권에서 부실시공 처벌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부실 감리’를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철근 빼먹기’ 사태에서의 ‘부실 감리’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3일 한겨레가 철근 빠진 아파트 관련 형사 판결문을 검색해보니, 감리원이 ‘부실 감리’ 혐의(주택법 위반)만으로 기소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중 1건은 ‘안전 문제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ㄱ씨 등 감리원 3명은 2009~2013년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감리 업무를 맡았다. 철근이 설계도면의 절반만 시공됐는데도 이들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주택법 위반 혐의로 감리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관할 관청이 이 아파트의 사용승인을 무기한 보류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면서 입주민들의 입주가 늦어지는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 감리원 3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3심은 ‘철근이 누락됐지만 구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관할청 자료를 근거로 무죄 선고했다. 임시사용승인이 내려져 입주 차질이 없었다는 점도 무죄 판단 근거 중 하나였다.
‘부실 감리’로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가 유무죄를 갈랐다. 2013~2014년 세종의 한 아파트 공사 업체 ㄴ사 직원들은 공사 현장에서 상당한 양의 철근을 빼돌려 팔았고, 이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 결국 철근이 설계도면보다 느슨하게 배치되는 등 3960개 지점이 부실하게 시공됐다.
감리원 3명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합’ 판정을 내렸다. 감리원 중 일부는 건설사 직원들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거나 골프채를 선물받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뒤늦게 부실시공을 알게 됐고, 구조안전점검 결과와 보강 방안이 나올 때까지 공사가 중지됐다. 법원은 ‘부실 감리로 입주민들이 입주 예정일에 입주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철근 빼먹기’ 사태는 현행 주택법으로도 ‘부실 감리’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주택법 98조는 부실감리로 중대한 하자를 발생시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때 ‘위험’이 ‘구체적인 위험’만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고법 판사는 “요즘 문제되는 부실시공 사례 정도면 실제 무너지거나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소된다면 처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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