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블로그. 수천건의 욕설이 올라오더니 21일 오전 폐쇄되었다.
피해 여교사 “사건 왜곡됐다. 가해자 신상공개 원하지 않아” 밝혀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관련 글이 피해자가 쓴 원문과 달리 인터넷 유포과정에서 상당 부분 각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피의자와 사건 관련자들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돼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피해 여교사는 21일 자신을 도왔던 천주교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어 “인터넷상의 사건공개와 가해자 실명이나 사진공개는 피해자의 의지와 무관하다”며 “단지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바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송별 회식하자”며 자신의 집에서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피해 여교사의 주장과 경찰 조사를 종합하면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ㄱ중학교 교사인 ㄱ씨(28)가 지난 1월9일 자신의 집에서 기간제 여교사 ㄴ씨(26)의 송별회 회식자리를 마련해 회식을 함께 했던 2명의 동료 교사가 돌아간 뒤 술에 취해 ㄴ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로 ㄴ씨는 ㄱ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서울 구로경찰서는 15일 ㄱ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ㄱ씨는 경찰조사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폭행한 것은 아니다”고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렴치범 신상공개하자, 실시간 검색어 1위 올리자” 누리꾼 분노 폭발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17일 한 포털사이트에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어 피해여성이 직접 쓴 것처럼 알려진 글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저는 지난 2005년 4월 25일 쯤부터 동년 12월 28일까지 계약직으로 서울 ㄱ중학교에 OO담당 교과지도와 교육정보부서에서 근무를 했다”는 자기소개와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까지 들어 있는 이 글은 피해자가 직접 쓴 글로 받아들여졌다. 누리꾼들은 이 글을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에 퍼나르며 “성폭행범이 교사라니 치가 떨린다”며 “파렴치범들의 신상을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 사건을 1위에 올리자”는 주장도 나왔고, 실제 ‘여교사 성폭행’은 21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가해자와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인터넷에서 피해 여교사 가짜 글 무차별 유포
법률구조공단 공개 게시판에서 흘러나와
누리꾼들의 각색 더해져 왜곡된 사실 확산 문제의 글은 어떻게 인터넷에 확산되었을까?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도왔던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낸 해명서를 보면 문제의 글이 확산된 과정은 인터넷 글의 왜곡 유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피해 여교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 1월말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실에 피해사실을 올려 법적인 자문을 받았다. 피해 여교사는 사이버상담실이 피해자의 이름만 공개되고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게시판으로 착각해 상담 글을 자신과 상담원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피해자의 실명은 물론 내용까지 공개된 글은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제3자에 의해 복사돼 2월말부터 포털사이트 등을 돌기 시작했고, 교육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급기야 지난 17일 한 포털사이트 청원코너에 서명운동이 벌어지면서 언론의 보도까지 이어졌다. 원문에는 가해자 신상정보 없고, “‘책상 빼버릴 것’도 없어”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묘사된 것도 사실과 달라”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퍼진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상당 부분 왜곡되고 각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 여교사는 “(법률구조공단 상담실에 올릴 당시에는) 가해자의 실명과 학교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의 신상정보는 피해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터넷에 퍼지는 과정에서 알려졌다는 것이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이 정규직 교사가 직위를 이용해 기간제 교사를 성폭행한 것처럼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글의 들머리에는 정규직 교사들이 피해 여교사를 회식에 참석시키려고 “우리는 원래 그런다. 가보면 안다. 안가면 학교 책상 빼버릴 거다”라는 식으로 압박한 것처럼 묘사돼 있으나 이 대목은 피해자가 쓴 원문에는 없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김윤정 간사는 “사건의 본질이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인 것처럼 완전히 각색되었다”며 “그것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가 특히 괴로워하는 것은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것처럼 왜곡된 부분이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글에는 “저의 가족에게까지 심한 배신감을 느꼈으며 저의 정신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망가뜨린 그들과 모든 사람들은 제가 죽어서도 용서할 수 없으며 끝없이 저주할 것이며 미워하고 증오한다”고 되어 있다. 김 간사는 “이 부분도 사실과 전혀 다르고, 피해자가 ‘대통령님을 저의 변호사로 선임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 부분도 원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집단 성폭행·약물 투여설 등도 경찰조사 결과 밝혀지지 않아”
문제의 글은 인터넷에서 당시 회식에 참여했던 다른 2명의 교사들이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 했다”거나 “여교사에게 약물을 투여했다”는 등의 의혹도 확산시키고 있다.
김 간사는 “피해자가 그런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없다”며 “피해자도 허위사실이 급속도로 퍼지고, 원하지 않았던 가해자의 신상정보까지 공개되면서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 중 일부 내용은 피해자 조사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피의자는 글에 담긴 내용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 “법적 처벌 바랄 뿐, 내 신상정보도 공개될까 두렵다”
이처럼 왜곡된 사실과 함께 피의자인 ㄱ교사의 사진은 물론 회식에 참석했던 동료 교사들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교사들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21일 오전까지 수천건의 욕설로 도배되다가 이날 대부분 폐쇄되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공개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타인이 피해사실을 공개해 2차피해를 입고 고통을 받고 있다”며 “피해자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인적사항이 공개될 위험에 노출되면서 지금 상황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가 극성스런 누리꾼들에게 자신의 신상정보까지 공개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담소는 특히 “네티즌과 시민들이 파렴치한 가해자에게 분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고 피해자가 역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며 “네티즌이나 언론이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다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해 교사가 전교조 출신” 전교조 때리기?
전교조 “개인 도덕성과 집단 도덕성 일치는 과도” 한편, ㄱ중학교는 검찰에 송치된 ㄱ교사를 직위해제 했으며 사건의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임아무개 교장은 학교 쪽의 은폐의혹과 관련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감추려 감출 수 있느냐”며 “인터넷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알게 되었고, 가해 교사를 두둔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가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이라는 점도 주요한 논란으로 점화됐다. 일부 언론은 “여교사 성폭행 혐의 구속 교사는 전교조 소속”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 사건을 ‘전교조 때리기’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제명 등 내부 징계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전교조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도덕성을 일치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며 “설령 가해 교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합원이라는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21일 낸 보도자료의 원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17일 한 포털사이트에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어 피해여성이 직접 쓴 것처럼 알려진 글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저는 지난 2005년 4월 25일 쯤부터 동년 12월 28일까지 계약직으로 서울 ㄱ중학교에 OO담당 교과지도와 교육정보부서에서 근무를 했다”는 자기소개와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까지 들어 있는 이 글은 피해자가 직접 쓴 글로 받아들여졌다. 누리꾼들은 이 글을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에 퍼나르며 “성폭행범이 교사라니 치가 떨린다”며 “파렴치범들의 신상을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 사건을 1위에 올리자”는 주장도 나왔고, 실제 ‘여교사 성폭행’은 21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가해자와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인터넷에서 피해 여교사 가짜 글 무차별 유포
법률구조공단 공개 게시판에서 흘러나와
누리꾼들의 각색 더해져 왜곡된 사실 확산 문제의 글은 어떻게 인터넷에 확산되었을까?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도왔던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낸 해명서를 보면 문제의 글이 확산된 과정은 인터넷 글의 왜곡 유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피해 여교사는 사건이 발생한 뒤 1월말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실에 피해사실을 올려 법적인 자문을 받았다. 피해 여교사는 사이버상담실이 피해자의 이름만 공개되고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게시판으로 착각해 상담 글을 자신과 상담원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피해자의 실명은 물론 내용까지 공개된 글은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제3자에 의해 복사돼 2월말부터 포털사이트 등을 돌기 시작했고, 교육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급기야 지난 17일 한 포털사이트 청원코너에 서명운동이 벌어지면서 언론의 보도까지 이어졌다. 원문에는 가해자 신상정보 없고, “‘책상 빼버릴 것’도 없어”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묘사된 것도 사실과 달라”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퍼진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상당 부분 왜곡되고 각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 여교사는 “(법률구조공단 상담실에 올릴 당시에는) 가해자의 실명과 학교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의 신상정보는 피해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터넷에 퍼지는 과정에서 알려졌다는 것이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이 정규직 교사가 직위를 이용해 기간제 교사를 성폭행한 것처럼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글의 들머리에는 정규직 교사들이 피해 여교사를 회식에 참석시키려고 “우리는 원래 그런다. 가보면 안다. 안가면 학교 책상 빼버릴 거다”라는 식으로 압박한 것처럼 묘사돼 있으나 이 대목은 피해자가 쓴 원문에는 없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김윤정 간사는 “사건의 본질이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인 것처럼 완전히 각색되었다”며 “그것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교사가 특히 괴로워하는 것은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은 것처럼 왜곡된 부분이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글에는 “저의 가족에게까지 심한 배신감을 느꼈으며 저의 정신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망가뜨린 그들과 모든 사람들은 제가 죽어서도 용서할 수 없으며 끝없이 저주할 것이며 미워하고 증오한다”고 되어 있다. 김 간사는 “이 부분도 사실과 전혀 다르고, 피해자가 ‘대통령님을 저의 변호사로 선임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 부분도 원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집단 성폭행·약물 투여설 등도 경찰조사 결과 밝혀지지 않아”
‘ㄱ중학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가해자와 관련자들의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나돌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떠돌고 있는 사진
전교조 “개인 도덕성과 집단 도덕성 일치는 과도” 한편, ㄱ중학교는 검찰에 송치된 ㄱ교사를 직위해제 했으며 사건의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임아무개 교장은 학교 쪽의 은폐의혹과 관련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감추려 감출 수 있느냐”며 “인터넷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알게 되었고, 가해 교사를 두둔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가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이라는 점도 주요한 논란으로 점화됐다. 일부 언론은 “여교사 성폭행 혐의 구속 교사는 전교조 소속”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 사건을 ‘전교조 때리기’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차원에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제명 등 내부 징계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전교조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개인의 도덕성과 집단의 도덕성을 일치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며 “설령 가해 교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합원이라는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천주교성폭력상담소가 21일 낸 보도자료의 원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