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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등록 2023-07-29 09:00수정 2023-07-29 21:59

장모 법정구속에도 해명·사과 없는 대통령
여론조사에선 62.9% ‘대통령 사과해야’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수백억원의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습니다. 최씨는 형이 선고되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저를 법정구속한다고요?”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정말 억울하다. 하나님 앞에서 약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며 쓰러진 최씨를 법원 관계자들이 들고 나가 호송차에 태웠다고 합니다.

유죄 판결, 더욱이 법정구속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태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씨는 대선 전인 2021년 7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2심에서 무죄로 바뀐 경험이 있습니다. 잔고증명서 위조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최씨는 이번에도 항소심에서는 더 낮은 형량이나 무죄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요양병원 사건이나 잔고증명서 사건 모두 ‘봐주기 수사·기소’ 정황이 뚜렷합니다. 여기에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요.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봐주기 수사·기소 정황에도 법정구속, 죄질 얼마나 나빴기에

검찰의 봐주기 정황은 이렇습니다.

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총 349억원에 이르는 잔고증명서 4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같은해 도촌동 땅 관련 소송에서 100억원짜리 위조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습니다. 최씨는 2016년 동업자의 재판에 나와 잔고증명서가 가짜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에 나서지 않았고, 3년 뒤인 2019년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가 접수됐을 때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3월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그제서야 수사에 나서 같은달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이었습니다. 최씨가 사실상 자백한 사건인데도 4년이나 놔두다가 언론의 문제제기가 나오자 겨우 기소한 것입니다.

이런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믿기는 힘듭니다. 통상 잔고증명서 위조와 같은 사문서 위조죄에는 사문서 행사죄를 함께 적용합니다. 위조한 문서를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문서 위조 및 동 행사’라는 죄명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검찰은 최씨에게 349억원어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죄만 묻고 이를 행사한 죄는 묻지 않았습니다. 잔고증명서 위조가 취미도 아닐 텐데, 위조만 해놓고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재판부조차 검찰에 왜 사문서 행사죄는 기소하지 않았는지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검찰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하지만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다보니 검찰이 아무리 봐주려 해도 유죄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씨를 법정구속한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동안 관련 개인과 회사가 피고인의 뜻에 따라 이용당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질타했습니다.

요양병원 사건의 경우에도 봐주기 정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2015년 수사가 진행돼 최씨의 동업자 3명이 처벌받았지만 최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가 2020년 정치권에서 고발하자 비로소 수사·기소가 이뤄졌습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법정구속이라는 엄한 처벌이 내려진 반면 항소심에서는 검사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가 선고됐지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 대법원 공보관실은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렇게 한 사건은 법정구속 이후 무죄, 다른 한 사건은 1심 유죄 뒤 항소심 법정구속으로 결과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윤 대통령 장모 최씨가 자꾸만 사기성 범죄와 연루되는 것은 기이한 일입니다. 또 그때마다 수사기관의 봐주기 의혹이 따라붙는 것도 고약합니다.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사문서위조, 개발 특혜, 주가조작…켜켜이 쌓인 의혹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5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윤 대통령 처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개발사업 시행사가 2011~2016년 아파트 개발 사업으로 8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른 개발부담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또 양평군은 개발사업 준공기한을 1년 반이나 소급해 연장해주는 특혜도 줬습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처남만 검찰에 송치하고, 이 시행사의 대표이기도 했던 최은순씨는 한차례 서면조사 뒤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양평군 공무원 3명도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검찰은 이들 공무원 3명을 기소했고, 윤 대통령 처남은 계속 수사 중인 상태입니다.

특기할 점은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 중 한명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공무원은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던 지난해 7월 업무에서 배제되기는커녕 되레 승진했습니다. 7월7일 도시과장에서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했는데, 새 군수 취임 6일 만에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진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인 7월27일 이 국장이 국토부에 보낸 공문에 문제의 ‘강상면 노선안’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림입니다. 윤 대통령 처가가 특혜를 입은 사건과 관련해 불법행위로 기소된 공무원이 또다른 특혜 의혹이 이는 사업의 핵심 관여자로 등장합니다. 뿌리깊은 유착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윤 대통령 장모는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법정구속되고, 처남은 양평군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중인 상태입니다. 참 특이한 가족입니다. 김 여사의 경우도 봐주기 의혹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선 ‘논썰’에서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논썰 112회, 118회, 127회 참조)

검찰총장 때는 대검이 변호사 노릇, 대통령 된 뒤에는 모르쇠 일관

이같은 범죄 의혹들에 대처하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태도는 더욱 가관입니다.

우선 너무 뻔뻔합니다.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으로 최은순씨와 함께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김건희 여사 추천으로 초청됐습니다. 김씨는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감사로 재직한 인물인데, 잔고증명서 위조를 도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습니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도 취임식에 초청됐습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요.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또 현직 대통령 장모가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도 쟁점이 됐던 가족의 범죄 사실이 법원에서 거듭 인정됐는데도 최소한의 해명과 사과도 없습니다. 정상적인 대통령의 처신이 아닙니다. 28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9%는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사과가 필요없다’는 응답은 31.8%에 그쳤습니다(‘뉴스토마토’ 선거 및 사회현안 정기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대선 당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 준 적이 없다.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전해져 논란이 됐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전한 말이었는데, 파문이 커지자 정 의원은 해명에 나섰습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아는 바로는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장모 사건이 사건 당사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라는 겁니다.

그게 그 말인데요. 최은순씨를 법정구속한 재판부의 질타를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피고인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동안 관련 개인과 회사가 피고인의 뜻에 따라 이용당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런 재판 결과를 보고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장모를 감싸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법치와 정의, 공정 같은 말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장모 사건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대검찰청이 장모 최씨를 비호하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고, 대검찰청 대변인이 이 문건을 언론에 적극 전파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는 잔고증명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었는데, 대검찰청이 만든 문건에는 최씨가 ‘피해자’로 규정돼 있고 검찰 수사를 ‘이상한 수사’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판결 내용에 비춰보면, 황당하고 일방적인 ‘장모 감싸기 문건’이었습니다. 대검찰청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언론에 퍼뜨린 셈입니다. 검찰총장 가족의 범죄 혐의 수사에 대해 대검찰청이 이렇게 관여한 것 자체만으로도 공적 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논썰] ‘범죄 의혹’ 끊이지 않는 대통령 처가, ‘봐주기’로 하늘 가릴 수 없다. 한겨레TV

특별감찰관 등 대통령 처가 감시체제 시급

지금 대통령실도 당시의 대검찰청처럼 ‘처가 감싸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시하는 기능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과거 이 기능을 수행하던 민정수석실도 폐지됐고, 특별감찰관도 임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역시 ‘정권의 시녀’를 넘어 ‘정권과 한몸’이 됐으니 처가의 범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리 만무합니다. 지지부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 처가는 과거 어느 대통령 때보다 삼엄한 감시가 필요해 보이는데 감시 기능은 오히려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윤 대통령 처가는 전국에 48필지, 축구장 12개 넓이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처럼 국가정책과 이해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장모·처남 등의 범죄 혐의까지 더해보면 또 어떤 비위행위로 국민의 분노를 키울지 모를 일입니다. 법원 판결로 드러난 범죄 혐의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 탓에 그런 우려는 더 깊어집니다. 이제 국민과 언론이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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