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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쓰러진 택배기사 수술비 보탠 주민들…“우리 공동체 일원”

등록 2023-07-25 11:20수정 2023-07-25 18:40

주민들 심장수술비 보태
지난 22일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이 택배기사 정순용 씨 부부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택배기사 정순용·주홍자 씨 부부, 장진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지난 22일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이 택배기사 정순용 씨 부부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택배기사 정순용·주홍자 씨 부부, 장진수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아파트에서 택배 배송을 하다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택배기사에게 입주민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성금을 모아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정순용(68)씨가 업무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심장 관련 시술을 두 차례 받았던 정씨는, 아내 주홍자(64)씨의 도움으로 평소 치료받던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택배기사 아내가 주민들에게 보낸 양해 메시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택배기사 아내가 주민들에게 보낸 양해 메시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정씨는 혈관 내 혈전으로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아내 주씨는 이날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양해를 구했다. “오늘 배송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하여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심장 수술 중입니다. 부득불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조속히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아파트 단체 대화방에 정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입주민들은 “택배기사님 부부 매일 (밤)10시 넘어서까지 배송하시던데 마음이 안 좋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정씨는 택배 배송이 늦어질 때면 이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주는 성실한 택배기사였다고 입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입주자대표회는 지난 19일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한해 모금을 진행했다. 총 93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 이틀 만에 107세대가 참여해 248만원이 모였다. 이용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한겨레>에 “아파트 택배 대란을 전하는 기사를 종종 봤다. 그때마다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상생 사회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모금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2일 아파트 입주자 일동 명의로 성금을 정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정씨에게 “기사님께서 배송중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입주민이 걱정했다.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기사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현장에서 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이 회장은 “성금을 전달받은 부부가 ‘이렇게 연락이 올 줄 몰랐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세상은 살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부부의 반응을 전했다.

정씨는 지난 24일 복귀해 일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예상보다 복귀가 빨라 마음이 쓰인다. 별일 없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장진수 입주자대표회의 간사는 “뇌출혈로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을 때가 생각나 코가 찡해졌다. 기사님도 쾌차해 앞으로 좋은 날 누리시도록 기도하겠다”고 했다.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22일 성금 248만원을 택배기사 정순용씨에게 전달했다.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22일 성금 248만원을 택배기사 정순용씨에게 전달했다.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제공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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