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일(36)씨는 여행비 부담에 올해 여름휴가 계획은 접고 집에만 머물기로 했다. 김씨는 24일 “제주도만 다녀와도 100만원은 손쉽게 쓴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써야 할 텐데 부담스럽고 경제적 여건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든 뒤 올해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이지만, 김씨처럼 집에만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집콕 휴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가, 날씨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직장인 김윤석(32)씨도 최근 예상하기 어려운 폭우가 계속되자 여름철 여행 계획을 짜지 않았다. 김씨는 “놀러 가더라도 갑자기 비가 쏟아질 수도 있으니까 안전하게 집에서 쉴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유보한 응답자 중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61.9%였다.
여름 휴가 비용을 아껴서 차라리 다른 데 쓰는 게 낫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이아무개(24)씨는 “친구들과 여행 비용을 추산하다가 생각보다 지출이 많은 것 같아서 그 돈으로 집에서 놀자는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며 “숙박비를 아껴서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문화생활을 하는 게 더 좋겠다 싶다”고 했다. 직장인 고아무개(26)씨도 “주변에선 여름 휴가에 여행도 못 간다고 불쌍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었는데 오히려 일주일간 집이나 집 앞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못 본 영화나 책을 보는 게 힐링이었다”며 “아낀 돈으로 게임기를 살 예정”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김우리사랑 강신범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