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가 가족을 위해 회사 차를 운영하면서 회삿돈을 1900만원 넘게 쓴 것으로 조사됐다. 방 전 대표는 지난 5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24일 <한겨레>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방 전 대표 공소장을 보면, 방 전 대표는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사적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데 ‘디지틀조선일보’ 회삿돈 1913만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실질적으로 회사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사람에게 회사 자금으로 급여 등을 지급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방 전 대표는 회사로 하여금 본인 업무를 수행할 운전기사를 1명 더 채용하게 한 다음 실제로는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사적 운전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방 전 대표는 6개월에 걸쳐 운전기사 4명을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7∼10월 회사에 직접계약 형태로 고용돼 일한 운전기사 ㄱ씨는 회사 자금으로 1156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1달 반을 일한 운전기사 ㄴ씨는 558만원, 다른 두 운전기사는 각각 8일과 12일을 일하고 70만원 및 127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방 전 대표가 운전기사들에게 모두 1913만원 가량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회사에게 그만큼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8년 11월 방 전 대표 딸이 운전기사 ㄱ씨에게 폭언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 ㄴ양이 50대 ㄱ씨에게 “아저씨 잘릴 수 있게 하겠다”, “아저씨 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언론보도 뒤 방 전 대표는 “사과한다”며 사퇴했다.

당시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는 방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수민)는 배임 혐의만 인정했다. 함께 고발했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 처분됐고 다른 사건과 관련된 횡령 혐의는 각하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의 경우, 방 전 대표가 직접적인 채용 주체가 아니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 횡령 혐의의 경우, 구체적 단서가 확인되지 않아 각하됐다”며 “피해정도, 피해회복, 개전의 정 등을 종합해 약식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