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동구 추동에서 시민이 수상하다며 신고한 국제우편물. 대전경찰청 제공
주문한 적 없는 수상한 소포를 국외에서 받았다는 신고가 나흘간 2천건을 넘겨 경찰이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독극물 등이 포함된 소포가 확인되지는 않아, 경찰과 관계당국은 ‘브러싱 스캠’(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무작위 배송)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송지 등을 추적 중이다.
23일 경찰청은 대만 등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 처음 신고된 이후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2058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645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413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41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 506건, 경북 98건, 인천 98건, 충남 94건 차례로 전국 곳곳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주문한 적 없는 소포를 개봉한 뒤 손저림과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사신고는 나흘째 쏟아지고 있다. 해당 소포에서 나온 물질은 흰색의 반죽과 가루 형태 두가지였는데, 국방과학연구소가 해당 소포를 받아 정밀 분석한 결과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들 역시 건강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관계당국은 수상한 소포가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소포의 원발송지 등을 추적 중이다. 지금까지 독극물 등이 포함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고, 고위 정치인이나 주요 인사 등이 아닌 무작위 일반인들을 상대로 비용이 많이 드는 독극물 테러를 저지른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술한 소포 포장으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독가스 등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언제든 샐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무작위 테러를 의심할 혐의는 극히 낮다는 게 관계당국의 판단”이라며 “브러싱 스캠 여부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가능성을 두고 원발송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외교부와 경찰청, 관세청, 국정원 등 관계 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체불명 소포와 관련해 향후 조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울산에 배송돼 독극물 보유 의심을 받았던 소포 발송지가 대만으로 알려지자, 주한 대만대표부는 21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되어 대만을 중간 경유한 뒤 한국으로 최종 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외교부는 중국내 한국 공관을 통해 중국 당국에 신속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중국 쪽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