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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조원 넘는 투자사기 다단계업체 자료도 ‘과세 근거’ 될 수 있다

등록 2023-07-23 09:54수정 2023-07-23 10:41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전산시스템도 적법한 과세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폰지’ 사기의 특성상 투자금과 수익금, 수수료 등을 정리한 장부가 사업 유지의 필수 요소여서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지난 11일 불법 다단계 회사 아이디에스(IDS) 홀딩스의 모집책이었던 ㄱ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아이디에스 홀딩스는 외환 마진거래 사업 투자를 미끼로 2011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피해자 1만2174명으로부터 1조원 넘는 돈을 가로챈 불법 다단계 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 김성훈씨는 사기 등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아이디에스 홀딩스의 ‘모집책’이었던 ㄱ씨는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주고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집수당으로 받는 ‘모집책’이었다. 아이디에스 홀딩스가 사기 범행 과정에서 사용했던 ‘투자관리시스템’ 내역을 보면, ㄱ씨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모집수당 3억889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세무서는 ㄱ씨가 이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2015∼2016년 귀속 종합소득세 7247만원을 경정·고지했다. ㄱ씨는 2021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ㄱ씨는 “이 전산시스템 자료는 사기·불법 다단계회사의 자료로서 과세근거로 삼기 부적절”하다는 점을 취소소송 청구의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ㄱ씨는 자신이 “김 대표 사기 피해자 중 1명”이라며 “모집수당은 실질적 투자에 대한 대가나 수익이 아니라 기망행위의 수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지급받은 모집수당 가운데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반환하거나 식사비 등 각종 비용으로 사용했지만, 마포세무서가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은 점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마포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아이디에스 홀딩스의 범행은 이른바 ‘폰지’ 사기로서 투자 대상의 실체가 불명확하고 오로지 다단계 구조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유지되는 것”이라며 “참여자들의 투자금과 수익금 지급 현황을 장부에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그 사업의 유지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며 전산시스템 내역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모집수당 명목으로 받은 액수가 ㄱ씨의 ‘실현 소득’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법원은 “회사에 투자를 유치한 다음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집수당 명목으로 받은 이상,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서 이미 실현된 소득”이라고 밝혔다. 필요경비 산입 주장에 대해서도 증명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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