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으로 기재돼 있는 라벨(위)과 한국산으로 고지된 인터넷 페이지(아래).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가 중국산 옷을 국내에서 제조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서울지방사무소는 16일 패션 브랜드 ‘세터(SATUR)’ 쪽의 자진신고를 접수해 절차에 따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터는 지난 4일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할 때 한국산으로 잘못 표기했다며 이런 사실을 공정위에 알렸다. 이 브랜드는 몇년새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급성장해 올해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터의 제조국 오표기 논란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무신사 등 유명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일부 상품들이 한국산이라고 고지됐는데, 소비자들이 받아 본 실물 상품의 라벨에는 중국산이라고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세터는 논란 초기 “인터넷 페이지 검수 미숙”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해 판매된 상품에서도 제조국이 오표기된 사례가 발견되면서 고의적인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되레 논란이 확산됐다.
세터에 따르면 제조국이 오표기된 품목은 104개로 2021년 7월부터 최근까지 판매가 이뤄졌다. 세터는 주말새 해당 기간 판매된 제조국 오표기 상품에 대한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국내 패션 업체가 제조국 오표기로 이 같은 대규모 환불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세터는 지난해에도 일부 제품에 고급 부자재를 썼다고 홍보했다가 이후 별다른 안내 없이 자사 제품으로 바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세터는 초기 생산분에만 고급 부자재를 사용했고 이후 부자재를 바꾸는 과정에서 판매 정보를 미처 수정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 소비자는 “제조국 논란, 부자재 논란에 더해 디자인 카피 논란까지 일고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급부상했다가 폐업한 스베누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위해 고의로 제조국을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여러 상품에서 제조국 표기를 잘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은 공임비가 싸면서 기술력이 좋지만 생산단위가 크고, 퀄리티 체크가 어려워서 무턱대고 생산을 맡기기엔 위험성이 크다.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들 반응을 본 뒤에 중국 생산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표기는 그대로 놔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제조국 오표기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해 공정위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경고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고발까지 가능하다. 다만 해당 사안의 경우 자진해서 시정과 신고가 이뤄졌다는 점이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