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며 시내버스를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버스전용차로를 가로막는 기습시위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전장연이 받은 보조금을 부풀리는 등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죽이기’에 나선 것에 맞선다는 취지인데, 경찰은 즉각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고 박경석 전장연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서울시도 형사고발 방침을 밝혀 ‘전장연 시위 뒤 경찰 수사 및 서울시 손해배상 청구’ 등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13일 아침 8시께부터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활동가 4명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약 10분간 가로막았다. 전날 오전 종로구 종로1가 버스정류장 앞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시내버스 통행을 막고 10여분간 기습시위를 진행한 데 이어 이틀째다. 전장연은 매일 서울 전역에서 이런 버스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전장연은 △탈시설 장애인 실태조사 △장애인권리예산 등과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휴전’의 의미로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박 대표는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춰달라”며 “20년 동안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이동할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전장연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전장연 쪽은 규탄 발언 등을 이어가다가 10분 뒤 자진 해산했다.
전장연의 이번 시위는 장애인의 버스 이동권 문제를 알리는 동시에, 서울시가 ‘전장연 소속 단체의 국가보조금 부당 사용 의혹’ 제기에 사용된 자료를 제공한 데 항의하는 성격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전장연 소속 단체들이 국가보조금을 용도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인한 ‘전장연 회원단체 보조금 지원 내역’을 보면, 서울시는 전장연과 관련 없는 사회복지법인(프리웰)을 ‘전장연 회원단체’에 포함해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국민의힘에 제출했고, 그 결과 전장연이 3년간 받은 보조금은 200억원 넘게 부풀려졌다.
전장연은 버스 시위가 장애인 이동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아직 도입이 강제되지 않는 버스가 많아 여전히 장애인 버스 이동권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도입한 저상버스는 시내버스 중 4711대로, 도입률은 70.5% 수준이다.
이날 서울시는 “(전장연이) 본인들만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교통권, 출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형법상 교통방해 행위에 대해 고발할 방침이며, 시위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즉각 내사에 착수한 뒤, 이날 먼저 박 대표에게만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종로경찰서와 혜화경찰서는 사실관계 확인 뒤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미신고 집회,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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