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러 부산 가는 중이다.”
지난달 25일 밤 경북경찰청 112 상황실에 남성의 목소리로 이러한 신고가 접수됐다. 사태 파악에 나선 경찰은 출동 2시간여 만에 부산역에서 60대 남성인 신고자를 붙잡았는데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ㄱ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송치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ㄱ씨는 ‘부산 가는 중이다’고만 했는데 경찰은 어떻게 부산역에서 ㄱ씨를 붙잡은 걸까.
경찰청은 지난 7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허위 신고한 남성 ㄱ씨를 검거한 과정을 공개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25일 밤 9시20분께 “사람 죽이러 부산 가는 중이다”라는 ㄱ씨의 신고를 접수했다. 바로 부산경찰청 동부경찰서로 공조 요청을 했다.
그러나 신고자를 특정할 단서가 부족했다. 신고자의 휴대전화는 유심칩이 빠져있어 위치 추적이 불가능했고, 신고자가 밝힌 본인 이름과 목소리만 파악한 상태였다. 유심칩이 없어도 112·119 등의 긴급 신고는 전화가 가능하다.
경찰청이 공개한 허위신고 남성 검거 과정. 경찰청 페이스북 갈무리
다만, 신고 녹취에서 들리는 소음을 통해 ㄱ씨가 열차에 탔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은 곧바로 부산역으로 출동해 철도경찰, 역무원 등과 사태파악에 나섰다. ㄱ씨의 과거 신고 이력 등을 통해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은 부산역 도착 열차에서 내리는 인파를 살피며 검문검색을 했다.
결국 경찰은 밤 11시40분께 신고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곧바로 남성을 불러 세우고 신분증 제시를 요청했다. ‘살인한다고 신고하셨죠’라며 경찰이 묻자 ㄱ씨는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부인하며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경찰의 추궁에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결과 ㄱ씨는 소주 6병을 마신 뒤 과거 부산에서 나쁜 기억이 떠올라 허위 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ㄱ씨의 허위신고로 약 2시간20분 동안 수십명의 경찰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형법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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