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전 청장 ‘경찰 과다책임’ 발언…전농등 반발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물러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퇴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농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허 전 청장은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시위 농민 사망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경찰청장이 책임 지고 물러날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이런 사건에 대해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사령탑에게 책임을 물으면 국가와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경찰관이 218명인 데 비해 농민 부상자 수는 113명에 그친 사실은 경찰이 농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인내를 갖고 대처했다는 증거라는 소신을 펴기도 했다.
허 전 청장은 발언 도중 “시위 농민들 중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 돌아가셨다”며 “과거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사건처럼 경찰의 명백한 과실로 사망한 것도 아니고 집회 도중 경찰에게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필요 이상의 과다한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의 협력이 필요한 청와대가 민주노동당의 압력에 밀려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5월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그는 “이것이 제가 (임기제 청장을 내모는) 정치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허 전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진정으로 책임 지고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농은 “숨진 두 농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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