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됐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권 전 회장과 김 여사가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새로운 증거로 한 녹취록을 제시했는데, 검찰은 “이 녹취록은 권오수와 김건희 사이에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맞받았다.

6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가 심리한 권 전 회장 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권 전 회장 쪽 변호인은 ‘대신증권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녹취록 내용을 보면 계좌주(김 여사)가 증권회사 담당자에게 일임매매했고 계좌주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 일련의 거래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판결문에서 김 여사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으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의사 연락과 주문과 체결 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권오수 또는 이아무개씨(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운영한 부띠끄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가 ‘시세조종의 콘트롤타워’였다고 평가했다.

권 전 회장 쪽은 “1심 내내 권오수는 어떤 거래로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권오수가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김아무개(2차 주포)-민아무개(블랙펄인베스트 임원)-이씨-권오수’로 의사 연락이 이어지는 통정이 있었다고 봤고 1심도 검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런 녹취서가 있으면서도 제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만약 검찰이 제출했더라면 1심이 사실을 오인한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부에는 “오늘 제출한 녹취록을 살펴 1심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녹취록은) 권오수와 김건희의 관계를 더 맞춰줄 수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수사 중이어서 제출하지 않은 것이지, 권오수에게 유리한 자료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녹취록에서 김 여사는) 최초에 48만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0만주씩 (끊어서) 팔아달라고 한다. 김씨(2차 주포)가 계속 10만주씩 팔아주는 것이다. 이는 권오수 주변 지인 물량을 받아서 거래물량 터뜨리겠다는 (다른 피고인들 간의) 문자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28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주요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범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의 시세조종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