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5월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정보경찰 증거인멸 혐의 관련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이 삭제한 정보보고서가 진상규명이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활용될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용산경찰서 윗선의 보고서 삭제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아 내부에선 거센 항의도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는 3일 오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정보과 직원 ㄱ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당시 용산서 정보분석팀의 이아무개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코로나19가 해제된 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2021년 대비 4배 이상인 20만명 이상 방문이 예상된다’ 등의 내용이 담긴 4건의 경찰 정보보고서와 관련해 검찰은 “관내 주요 치안요소로 핼러윈 축제를 인식했는지” 묻자, 이 전 팀장은 “용산서에선 관심을 가진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팀장은 이러한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는 윗선의 지시에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2일 정보보고서를 반복적으로 삭제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팀장은 “원칙에 따라 지워야 한다지만 그 상황에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한 번도 자료를 일괄 삭제하지 않다가 지금 자료를 삭제하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전 과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증거인멸이 될 수도 있다고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팀장은 “정보보고서는 즉시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김 전 과장 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윗선은 1∼2년에 한 번 바뀌지만 실무자는 길게는 4∼5년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매년 돌아오는 업무의 경우 자료를 저장해두는 편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인사 자료나 수사비 증빙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즉시 삭제하는 일은 드물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팀장은 정보보고서가 참사의 진상규명이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쓰일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직후 ㄱ씨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를 받는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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