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한 ‘50억 클럽’ 일원으로 꼽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새벽 12시37분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구속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범죄가 성립될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박 전 특검의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박 전 특검을 마지막으로 조사한 뒤 1년여가 흐른 지난 3월에야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등 검찰의 ‘지연된 수사’가 영장 기각 빌미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및 여신의향서(사업 인허가가 떨어질 경우 대출해주겠다는 의사표시) 발급 청탁 등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약속한 ‘수고비’는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 무산 뒤 50억원으로 줄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5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또한 검찰은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때 선거자금 명목으로 박 전 특검이 남욱 변호사에게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신병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2021년 12월 또다른 ‘50억 클럽’ 일원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한 달 뒤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해 그를 구속한 바 있다.
같은 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측근’이자 전 특검보였던 양재식 변호사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일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이나 도망갈 염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과 대장동 민간사업자 사이에서 각종 금품 거래와 관련된 실무적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은 곽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회장 등과 함께 김만배씨가 거액의 보은성 금품을 주기로 약정했다는 ‘50억 클럽’의 일원으로 꼽힌다.
박 전 특검은 전날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 기자들을 만나 “여러 가지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서 죄송하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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