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않는 ‘상시 5인 미만 사업장’ 여부를 따질 때 주휴일(유급휴일)에 쉰 노동자는 계산에서 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시 노동자 수’ 계산에 포함되는 노동자 기준을 명확히 밝힌 첫 판결이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비교하면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 업체의 수가 늘어날 수 있어 노동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과 연장, 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 음식점에는 주 6일 근무하는 노동자 3명과 특정 일이나 시간대에만 일하는 단기노동자 여러명이 고용돼 있었다.근로기준법의 ‘상시 노동자 수’는 노동자의 연인원(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을 가동 일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예컨대 주중(5일)에는 4명(5×4=20), 주말(2일)에는 3명(2×3=6)이 일하는 사업장이 있다면, 일주일 연인원은 20명과 6명을 더해 26명이 된다. 이 경우 상시 노동자 수는, 연인원(26명)을 가동 일수(7일)로 나눠 약 3.71명이 된다.ㄱ씨 음식점은 2018년 6월 주휴일에 쉰 노동자를 연인원에 포함하면 상시 노동자 수가 5.1명, 빼면 4.76명이었다. 주 6일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오후 2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하루에 11시간30분씩 일하도록 하고 월 230만원을 지급했다.
‘상시 노동자 수’가 5명보다 적으면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연장근로,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검사는 주휴일에 쉰 노동자도 연인원 계산 시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ㄱ씨를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ㄱ씨를 상시 5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주로 본 것이다. 그러나 1·2심은 ㄱ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연인원은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 ‘실제 근무한 근로자’를 말한다”며 “주휴일에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를 고용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로 연인원에 포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직원 임금 33만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점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ㄱ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주휴일은 근로의무가 없는 날이므로, 주휴일에 실제 일하지 않은 노동자를 ‘연인원’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계 일각에선 이런 계산법 변경에 우려를 표한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주휴일에 노동을 하지 않을 뿐, 노동자가 없는 건 아니다. 상시근로자 수를 줄이는 방향의 해석이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종환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이날 “그동안 노동부 행정해석은 상시 근로자 수를 따질 때 주휴일에 쉬는 근로자도 포함해왔다”며 “행정해석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인데, 현장 상황을 고려해 판결문을 분석·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