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이화발레학원 시니어반 학생들이 발레수업을 받고 있다. 맨 앞 줄 왼쪽부터 수강생 홍정숙(66), 최정진(66)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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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또래 친구 중에 이렇게 뒤꿈치 들고 총총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걸요.”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이화발레학원에서 만난 최정진(66)씨는 발레 동작 ‘브레브레(Pas de Bourree Couru)’를 선보이며 수줍게 웃었다. 백조가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브레브레는 두 다리를 붙이고 발끝으로 움직이는 발레 기본 동작 중 하나다. 최씨는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었는데 집에서 계속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되더라”고 했다.
이날 오전 찾은 발레학원에는 20∼30대 성인뿐만 아니라 수업에 열중하는 50~60대 수강생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성인발레 인기에 힘입어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발레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반’이 생겨나고 있다. “발끝 포인트(Pointe)” “플렉스(Flex)” 클래식 음악 사이로 강사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수강생들은 손끝, 발끝 하나까지 동작에 집중했다.
발레를 시작한 지 7개월 됐다는 홍정숙(66)씨는 “그동안 자식들 키우고 집안 살림만 하면서 외출할 때만 급하게 화장하면서 거울 본 게 전부였는데, 발레를 시작하면서 전신 거울을 통해 처음으로 내 몸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마다 발레 수업 들으러 오는 게 쉽진 않지만,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의 몸짓에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홍씨는 “고향이 부산인데, 부산 친구들이 처음에는 ‘발레를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를 치더니 이제는 ‘부산에도 발레학원 어디 없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12살 손녀가 발레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최씨는 “등이 굽고 오십견까지 있어 처음에는 발레 동작하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세도 많이 좋아졌다. 발을 모으고 두 팔을 어깨 위로 동그랗게 모아 학처럼 자세 취한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에 발레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이화발레학원 시니어반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에 앞서 <한겨레> 인터뷰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들이 속한 ‘시니어반’은 발레 동작과 함께 스트레칭을 통한 근력 강화 운동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발레 강의를 진행해 온 조순주(52)씨는 “아무래도 발레는 근력을 주로 쓰는 기술적인 동작들이 많은데, 어르신들은 근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전체 강의의 70% 정도는 스트레칭이나 근력 강화 위주의 운동들로 채우고 있다”며 “나 같이 한평생 발레를 전공한 사람들도 나이 들면서 건강 악화 때문에 ‘계속 발레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노인분들도 건강하게 발레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중장년층 건강·체력에 맞춘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채희 한국체육대학교(노인체육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은 이전과 성향도 다르고, 문화·스포츠를 접한 시기도 각기 다르다”며 “본인에게 알맞은 운동을 선택해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노인체육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국가가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체육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