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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 ‘삼성물산 합병’ 일부 패소…엘리엇에 1300억 물어낸다

등록 2023-06-20 22:12수정 2023-06-21 09:32

5년 만에 투자자-국가분쟁 배상 판결
국민연금본사. <한겨레> 자료사진
국민연금본사.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에서 한국 정부가 약 130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엘리엇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법무부는 20일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관련 중재 판정부는 엘리엇 쪽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9만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고 밝혔다. 엘리엇 청구금액 7억7천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된 액수다.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법률 비용으로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달러(약 372억5천만원)를, 엘리엇은 정부에 345만달러(약 44억5천만원)를 각각 추가 지급하게 된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에 따라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중재로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던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해 합병이 성사됐는데, 당시 합병 비율은 1 대 0.35로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청구액은 7억7천만달러(약 9917억원),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었다.

엘리엇 주장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은 이미 대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묵시적 청탁’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지시로 국민연금을 압박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실형이 확정됐다. 이런 재판 결과는 엘리엇 쪽이 주장을 뒷받침할 때 주요하게 인용됐다.

법무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맞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권리를 행사한 건 국민연금이었고, 정부의 개입이 없었을 경우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했을지 여부 역시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아직 판정 요지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부 패소’한 것으로 보아 정부 쪽 주장이 일부만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엘리엇 청구금액 7억7천만달러(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 인용돼 우리 정부가 약 93% 승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 비용은 우리 정부가 엘리엇보다 8.5배나 부담하는 이유에 대해선 “판정문 분석 중이라 추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불량 투자자’인 엘리엇마저 보호하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짧은 기간 안에 지분을 큰 폭으로 늘렸던 엘리엇은 다른 증권사 명의로 주식을 산 뒤 나중에 한꺼번에 주식을 넘겨받는 ‘파킹 거래’ 의심을 받았다. 2016년 검찰은 금융당국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엘리엇 쪽의 비협조로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이번 결과가 ‘쌍둥이 사건’으로 불리는 또 다른 헤지펀스 메이슨과의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건이다. 메이슨도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1억7500만달러(약 2200억원) 손해를 봤다며 엘리엇과 함께 한국 정부에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제기한 바 있다.

이지혜 전광준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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