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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정위 조사 때 PC 101대 교체했는데 “증거인멸 무죄”…왜?

등록 2023-06-20 20:40수정 2023-06-20 21:20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컴퓨터 100여대를 바꾸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임직원 3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공정위 조사만을 방해했다고 보고 형법상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2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상무 2명과 차장 1명 등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10월 공정위 현장 조사를 대비해 하드디스크 273대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판사는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로 보인다”며 “공정위가 조사 대상을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공정위 고발 사이에는 1년 넘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거인멸 행위는 행정집행인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검찰수사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박 판사는 “(이들이) 검찰 수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해 크게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정위) 조사방해 행위를 과태료만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12월 공정위는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대금을 깎는 등 수법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HD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 4만8529건을 위탁하며 계약서를 바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2월 선박 엔진 납품 사외 하도급 업체와 간담회에서는 단가 10%를 깎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압박했다. 2016년 상반기 48개 하도급업체의 9만여건을 발주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대금 51억원을 줄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공정위 조사방해를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엄격하게 지키려 하겠느냐”며 “하도급법상 증거인멸에 대해서만큼은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판결은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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