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당정이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 현장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험생들은 당정의 발표가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수능을 앞둔 익명의 고3 학생은 2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수능은 내 실력이 그대로 나올 수 있는 시험을 원하는 거지 무조건 쉬운 시험이라든지 기초적인 내용만 물어보는 시험을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수능(이) 몇십일 남은 시점에서 불안감을 조성해 사교육을 역효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혼란에 빠진 일선 교육 현장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또 다른 고3 학생도 “애들은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고 킬러 문항을 없앤다는 것에 대해 애들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원래 출제 스타일대로 맞춰 공부하고 체화를 하고 연습을 해왔는데 그게 갑자기 깨져버린다고 하니까 막막하고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26년차 고등학교 교사도 우려를 표했다.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서부원 교사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킬러(문항)가 사라지면 실수가 등급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킬러 문항’에 대해 “아이들은 킬러 문항을 ‘교육과정 안, 밖 상관없이 분초를 다투는 시험에서 상당한 시간과 테크닉이 요구되는 문제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준킬러 문항은 ‘수업 시간에 배운 방식대로 풀어도 되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별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문제’(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과 준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이유는) 변별력”이라며 “오로지 일렬로 줄 세우기 위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비유하면 프로야구 순위를 낼 때 3위가 두 팀이면 4위가 없고 5위로 다음이 내려가는 식”이라며 변별력에 대해 설명했다.
서 교사는 교육 당국이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3 (학생) 교실은 (수능) 한두달 전부터 수능 시간표대로 학교 시간표를 운영한다”며 “(당정의 발표는)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학생들이 연습) 해왔던 패턴을 다 뭉개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유형이 들어올 거고 주로 어떤 식으로 난이도가 조정될 거고 어떤 영역에서 그렇게 될지 불안하니까 (학생들이) 전문적인 사교육 기관을 가든가 이렇게 될 게 불 보듯 뻔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교육이 이렇게 쾌도난마처럼 어떻게 딱 끊으면 다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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