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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대한체육회 ‘괘씸인사’ 찍어내기…‘고발 사주’ 무리수 뒀나

등록 2023-06-15 11:02수정 2023-06-15 19:20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구성 두고 문체부와 갈등
조직위 사무총장 제3자 고발 과정 체육회 개입 확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충청권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구성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모로 뽑힌 조직위 사무총장을 제3자가 고발하는 과정에 대한체육회가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체육회는 그간 해당 사무총장 해임을 계속 요구해왔다. 체육회는 “고발인 요청을 받아 단순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지만, 일종의 ‘고발 사주’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한체육회는 14일 출입기자단에 ‘대한체육회경기단체연합회, 체육인 명예 훼손에 대한 고발장 제출’이라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경기단체연합회가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구성과 관련해 기관 및 체육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국민청원 및 개인 에스엔에스(SNS) 게시글에 대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서울동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 피고발인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단체연합회가 고발에 나섰다고 했지만, 정작 해당 단체는 고발 내용은 물론 보도자료가 나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기단체연합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무슨 보도자료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이후 다시 전화를 걸어와 “확인해보니 저희가 보도자료를 불출한 건 맞지만, 보도자료 내용은 대한체육회가 제공해줬다”고 했다. 또한 “저희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에 확인하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가 사실상 보도자료를 대신 작성하고, 명의만 경기단체연합회로 낸 셈이다.

대한체육회가 14일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일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고발장 작성에도 직접 관여했다. 이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전영석 전 경기단체연합회 노조위원장은 <한겨레>에 “사건 내용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대한체육회로부터 자료와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직접 고발장을 썼다”고 했지만, “(고발장) 원본 파일은 나에게 없다. 찾으면 보내주겠다”고도 했다. 이후 전씨는 “아침에 나올 때 파일을 지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있었다. 하지만 보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미 <한겨레>가 대한체육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뒤였다.

문제는 해당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명시된 인사가 대한체육회가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피고발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 원장은 공모를 통해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이 아니라 사적 감정과 부당한 압력으로 본인이 일방적으로 해임 통보를 받은 부적절한 상황에 맞닥뜨렸다”며 청원을 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반대 때문에 자신이 해임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을 담은 글이었는데, 이 글이 체육인 전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전씨 주장이다.

대한체육회는 5일 연석회의를 열었고, 7일 ‘체육인 결의문’을 내며 사무총장 해임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5일 연석회의에서 윤 원장에 대해 “소를 제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자료와 고발장에 대한 단순 개입을 넘어, 대한체육회가 제3자를 통해 윤씨를 고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문체부는 체육인 결의문이 “일방적 주장”이라며, 선출 절차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윤씨를 해임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 충청권에서는 대회 개최지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보도자료 배포를 전씨가 먼저 요청했고, 문구 등을 수정해준 것뿐”이라고 했다. 또한 “고발에 관해 전씨와 미리 이야기를 나눴던 적은 있지만, 고발장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전씨는 “경기단체연합회에서 오랜 기간 일했고, 퇴직 뒤 수상스키협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한 명의 체육인으로서 체육계를 위해 나선 것이지, 이기흥 회장을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공격하려고 고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고발을 당한 윤강로 원장은 <한겨레>에 “이번 고발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그저 체육인들이 모두 단합해 이번 대회를 부디 잘 치러내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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