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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교조 가담할 것 같으니 임용보류”…진실화해위 “중대한 인권침해”

등록 2023-06-12 09:23수정 2023-06-12 20:41

진실화해위 ‘시국사건 관련자 교원 임용제외 사건’ 단독 진실규명 결정
신원조사회보서, 제주도경찰국(1989. 8. 12.). 진실화해위 제공
신원조사회보서, 제주도경찰국(1989. 8. 12.). 진실화해위 제공

위원장 : 김○○은 활동한 내용이 없다고 하나 주변 환경으로 보아 교사로 임용되면 교원노조에 가담할 것 같은데…

초등교육과장 : 김○○의 주변 인물이나 환경으로 보아 발령 받으면 교원노조에 가담할 것이란 심증은 가나 김○○이 활동한 내용 즉 물증이 없으니 결격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중등교육과장 : 포항경찰서에서 통보된 내용으로 보아선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없으니 포항경찰서에 공문으로 요청, 김○○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회신받아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임용보류 결정

1989년 경북교육위원회(현 경북 교육청) 인사위원회 때 오간 내용이다. 당시에는 국공립 사범대 및 교육대를 졸업하면 바로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임용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위 교사는 교원노조에 가담할 것이란 심증이 간다는 이유로 논의 끝에 임용 보류가 결정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 열린 56차 전체위원회에서 ‘시국사건 관련자 교원 임용제외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인사권을 남용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1980~1990년대 국․공립 사범대(교육대 포함) 졸업생들이 시국사건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위법하고 부당한 방법을 통해 교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위가 조사에 착수해 사건 전모에 대한 단독 진실규명을 이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2002년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2004년 ‘국정원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시국사건 관련자 교원 임용제외 사건’과 관련해 일부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신청인 정규옥 등 185명은 10여년간 교원임용에서 제외됐다가 이후 특별채용 형식으로 대부분 교사로 임용됐지만, 임용 이후에도 임금 및 호봉, 연금 경력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며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폭력을 진상 규명해달라고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2021년 7월15일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고, 시·도 교육청 인사위원회 회의록, 보안심사 관련 문서 자료 등을 확보한 뒤, 신청인을 비롯해 관련 참고인 진술 조사 등을 진행했다.

신원특이임용대기자 명단, 전북교육위원회. 진실화해위 제공
신원특이임용대기자 명단, 전북교육위원회. 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1989년 정부는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주도 아래 임용단계에 있었던 예비교사 중 전교조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임용대상자들을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문교부(현 교육부)와 시·도 교육위원회(현 시·도교육청), 경찰은 조직적으로 이를 추진했다.

문교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신규 교원 보안심사 강화지침(89.7.25)’을 작성하여 각 시·도 교육위원회에 하달했고, 시·도 교육위원회는 보안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임용후보자 명부에 등재된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각 시·도 경찰국에 신원조회를 의뢰했다. 경찰국은 시국사건 관련자를 ‘신원특이자’로 분류하여 명단을 회신했고, 교육위원회는 ‘성행이 불량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한 후 최종적으로 교원임용에서 제외했다.

1986년 12월 당시 문교부는 재학 중 시위전력이 있는 경우, ‘성행불량자 규정’을 적용해 교사임용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명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위원회 조사로 처음 밝혀졌다. 문교부가 작성한 ‘사범계학과 대학생 중 시위관련자 명단’에는 국립 10개교 132명, 사립 23개교 93명 등 총 33개교 225명에 대한 인적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소속 대학, 학과, 학년, 성명, 본적, 주민등록번호, 학적 변동 및 징계조치 내용, 관련사태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이 매우 상세히 기재됐다. 특히, 학적 변동 및 징계조치 내용에는 학사경고, 유급, 제명, 휴학, 무기정학, 경고 등 학교에서 처분한 내역 뿐만 아니라, 관련 사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별 피해자 수는 전남사대 44명, 서울사대 35명, 부산사대 25명, 공주사대 23명, 제주사대 19명, 전북사대 14명, 경북사대 8명, 충북사대 6명, 전주교대 3명, 강원사대 2명, 공주교대 2명, 경상대 2명, 안동사대 1명, 서울교대 1명 등 총 185명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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