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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활임금→최저임금’ 문구만 바꿨는데, 올해부터 정치적이라고요?

등록 2023-06-11 16:28수정 2023-06-12 02:42

코레일유통 금속노조 지하철 광고 게재 불허 논란
왼쪽이 지난해 코레일 심의를 통과한 금속노조 광고. 오른쪽 광고는 ‘최저임금 인상’ 문구(빨간 네모)가 문제가 돼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진 금속노조 제공.
왼쪽이 지난해 코레일 심의를 통과한 금속노조 광고. 오른쪽 광고는 ‘최저임금 인상’ 문구(빨간 네모)가 문제가 돼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진 금속노조 제공.

코레일유통이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하철 광고를 ‘정치적으로 읽혀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게재를 불허해 논란이다. 코레일유통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사실상 동일한 광고가 지난해엔 대중교통에 실린 바 있어, 코레일 쪽이 민주노총과 각을 세우는 정부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유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코레일유통은 지난달 25일 금속노조의 지하철 광고가 ‘철도광고물 도안심의 기준 제50조(기타금지광고) 13항’에 위반된다며 지하철 1호선 광고 게재를 불허했다. 해당 조항에는 심의 부서에서 ‘민원소지 등의 사유로 공공장소 게시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광고는 게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코레일유통은 금속노조 광고 도안 하단부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는 문구를 정치적 메시지로 규정해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2024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당 문구가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동일한 광고가 지난해엔 심의를 통과했다. ‘사실, 커피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한거에요’라는 커다란 문구가 적힌 금속노조 광고는 공단 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캠페인성으로 지난해 6월말부터 두달간 대중교통에 실린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차이가 있다면 ‘생활임금 보장하라’는 문구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로뀐 것뿐이다. 지난해 코레일유통은 ‘생활임금 보장 요구’를 정치적 메시지로 판단하지 않았다. 코레일과 달리 광주도시철도공사와 부산 시내버스 등은 올해 금속노조의 동일한 광고 게재를 허용한 상태다. 지난 3년간 코레일유통이 정치적 메시지를 이유로 광고 게재를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레일유통의 철도광고물 도안심의 기준에는 정당의 정치활동을 다뤄선 안 된다는 내용은 있지만, 정치적 메시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코레일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광고 게재 거부가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금속노조 광고가 불허된 배경을 두고 정부의 노조탄압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이유다. 코레일과 달리 광주도시철도공사와 부산 시내버스 등은 올해 금속노조의 동일한 광고 게재를 허용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코레일의 코에 걸면 코걸이식 기준이 정부의 코드, 악의적인 민원에 휘둘리며 노조할 권리,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 같은 헌법적 권리에 대한 편견과 악선동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자체 기준에 따라 중립적으로 심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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