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렸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빌딩 사업장 집단교섭 투쟁 결의대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선 경찰서에서 무혐의 결론 낸 ‘연세대 청소노동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사건에 대해 돌연 재검토에 착수했던 서울경찰청이 결국 재수사는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서울경찰청은 “일상적인 내부 검토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당사자에게도 결과가 통보된 사건을 재심의한 이유가 석연치 않아 최근 윤석열 정부의 ‘집시법 강경대응 기조’가 영향을 미쳤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서대문경찰서의 연세대 청소노동자 집시법 위반 불송치 사건을 재차 들여다본 결과 “서대문서 의견대로 불송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서대문서는 지난해 5월 연세대 학생 이아무개(24)씨가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지난달 불송치 결정한 뒤 사건 당사자들에게 이런 결과를 통보했다. 서대문서는 검찰 보완수사 요구 취지대로 ‘집회에서 어느정도 소음 발생은 부득이하고, 소음을 발생시킨 시간이 한시간 이내로 짧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청소노동자 집회는 대법원 판례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돌연 서울경찰청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말 수사 심의에 착수했다. 애초 경찰 판단이 ‘송치’였는데 검찰 보완수사요구 뒤 ‘불송치’로 반대 결론을 내린데 대해 일선서의 보고가 누락돼, 법적 검토가 필요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경찰은 불송치 사건을 내부적으로 분기마다 ‘정기 점검’을 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스스로 불송치된 사건을 지목해 ‘수시 점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은 없다.
이에 연세대 청소노동자 쪽을 대리한 정병민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경찰의 사건 심의는 불송치된 결정에 대해서 경찰이 얼마든지 이후에 뒤집어서 재수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며 “엄격한 재수사 절차 및 요건을 벗어나 국민의 권리 및 인권을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게 돼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집시법 강경대응 기조’ 아래 경찰이 집시법 위반 판단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가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최근 3년간 내부 법리 검토한 적은 여러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쪽은 형사 사건과 별개로 지난 1일 진행된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에서 “집회 목적 달성 범위를 넘어서 사회 통념상 한도를 벗어나는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하다 하다 안 돼서 법에 기댔는데, 그마저 실패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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