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 개인 유튜버 채널에 올라온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관련 신상정보. 유튜브 갈무리
한 개인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사전에 공개를 요청한 적이 없고 (가해자 주변인에 대한) 추측성 글은 주의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신상이 공개되길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 ㄱ씨는 5일 <와이티엔>(YTN) ‘뉴스N이슈’와 전화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해 5월22일 새벽 발생했다. 가해자인 32살 남성은 약속을 마치고 오피스텔로 귀가하던 ㄱ씨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와 돌려차기로 뒤통수를 가격하고, 이후에도 쓰러진 ㄱ씨를 발길질하며 무차별 폭행했다. 1심에서 가해자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범죄 관련 혐의를 추가해 징역 35년을 구형했고 12일 항소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2일 한 유튜버가 가해자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키, 혈액형, 신체 특징, 전과기록까지 공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안 한 일을 대신 한 것이다’는 주장과 ‘개인이 공개하는 것은 ‘사적 제재’로 불법이다. 가해자 지인의 신상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개인이 범죄 피의자나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근거가 없다.
피해자 ㄱ씨는 와이티엔 인터뷰에서 “해당 유튜버에게 직접 신상공개를 요청한 적이 없고 영상이 올라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앵커가 ‘사적 제재’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묻자 ㄱ씨는 “(나는)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분이 안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합법적인 (신상공개)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해당 영상에 나온 자신의 인터뷰는 “(신상) 공개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인지에 대한 인터뷰였다”고 했다.
특히 해당 영상이 공개된 이후 가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소 등이 온라인에 퍼지고 가해자의 평소 게시물이 공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거기(SNS)에 있는 여자라든가 그분이 전 여자친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추측성 글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의 변호인 역시 “가해자 신상공개에 관한 입장은 애초부터 지금까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재판부에 요청을 드려 공개 명령 처분을 내리게끔 하자는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이 언급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신상 공개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근거해 경찰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진다. 특강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있는 사건의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 이름,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판 단계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공개될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
그동안 경찰의 피의자 신상 공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여론에 떠밀려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상공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에게 의견진술 등 방어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어 같은 해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신상공개 제도에 인권침해 우려 등이 심각하다”며 “신상공개 지침 등을 개선하라”고 당시 경찰청장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도경찰청별로 달랐던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현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지휘하고 있다. 또 신상공개를 결정하기 전 피의자에게 사전통지해 본인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