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삼청교육피해자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이 열려 피해자 이만적씨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두환 신군부 시절 국가폭력 사건인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는 첫 판결이 1일 나왔다. 그러나 배상액이 9천만원에 그쳐 피해자 쪽은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ㄱ씨에게 위자료 9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은 삼청교육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피해자인 ㄱ씨는 1980년 10월 경찰에 불법 구금된 뒤 삼청교육대로 인계돼 1983년 6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출소할 때까지 강제노역에 투입되고 잦은 구타에 시달렸다.
재판부는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 같은 입장에서 삼청교육대 사건의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위헌·무효임이 명백한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이에 기초한 수사·재판은 위법하므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도 삼청교육대의 위법성과 인권침해를 처음 인정했다.
손해배상을 인정한 근거는 세 가지다. ①ㄱ씨가 국가기관에서 2년 6개월간 불법 구금됐고 강제로 순화교육을 받는 등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②삼청교육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것에 비춰, ㄱ씨도 가혹 행위 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③조직적,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공무원이 자행한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을 위자료 산정 때 고려했다.
피해자 쪽은 판결 금액에 반발했다. ㄱ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조영선 변호사는 선고 뒤 기자들에게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한 피해가 인정됐다는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피해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손해배상금이 적다. 또다시 피해자를 모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7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서 ‘불량배 소탕계획’을 세운 뒤,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고한 시민을 검거·감금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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