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연휴를 맞아 빗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에 이어 전국에 비가 내린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들어선 대형 키즈카페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50여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입장 시작 30분 만에 키즈카페 내부는 아이들과 부모들로 가득 찼고, 한 손에 우산을 든 채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20분 동안 키즈카페 앞에서 줄을 선 김아무개(40)씨는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미리 보고 키즈카페 문 열 시간에 맞춰 왔다. 보통 주말 이 시간이면 그냥 들어가는데, 20분 동안 줄을 서고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이어 이번 석가탄신일 연휴에도 비가 내리면서 공원 등 야외 나들이를 즐기려던 이들은 봄비를 피해 실내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5일에도 전국 곳곳 호우특보가 내려져 어린이날 야외 행사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2학년 자녀와 함께 덕수궁으로 나들이를 가려다 취소했다는 윤진(43)씨는 “지난 어린이날 때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연휴에도 비가 내내 와서 아이들이 너무 답답해해 ‘나오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실내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중학교 1학년인 첫째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다른 층에 있는 영화관에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전국에 비가 내린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들어선 대형 키즈카페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50여명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박지영 기자
주말·연휴마다 모처럼 대목을 맞는 야외 피크닉 관련 업체들은 ‘빨간 날’마다 어김없이 내린 비로 울상이다. 서울 광나루 한강공원 인근에서 텐트, 파라솔 등 피크닉 물품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손수빈(30)씨는 “이번 연휴 비가 온다는 소식에 텐트, 파라솔 대여 예약을 했던 손님들이 모두 취소했다. 어제 주로 했던 일은 환불, 예약 취소 업무였다”며 “우리 같은 업체들은 주말 장사를 해야 하는데, 5월 같은 경우 4번의 주말 중 절반은 비가 와서 (평년) 매출의 거의 60∼70%가 감소했다. 올여름 엘니뇨 때문에 비가 더 많이 온다고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돗자리 등 피크닉 물품 관련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김재옥(33)씨도 “비가 평일에 좀 왔으면 좋겠다. 황금연휴가 몰려있는 4∼5월은 1년 매출의 거의 30∼40%를 차지하는데, 이때 장사가 안되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가을도 소풍철인데, 9월에는 비가 오더라도 평일에 왔으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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