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각군 신병훈련소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상임위원이 안건과 무관한 성소수자 차별 주장을 하며 이를 소수의견에 넣으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13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군이 신병에게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에 혼자 반대하며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담긴 의견서를 냈다. 이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도왔고, 지난해 10월 여당 몫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충상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 내부망을 통해 공개된 글을 보면 이 위원은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등 보수 기독교계에서 통용되는 성소수자 관련 허위 주장을 고스란히 옮겨 적으며 권고안에 반대했다. ‘해병대 훈련병 짧은 머리 강요’라는 안건과 관련 없는 주장인데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혐오 표현이 가득해 다른 상임위원들이 ‘소수의견으로 공표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 위원의 발언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인권위법에도 위배된다.
이 위원은 의견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고집했으나 송두환 인권위원장까지 나서서 ‘너무 차별적이다.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결국 해당 의견을 최종 결정문에 소수의견으로 담지 않기로 했다. 이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겨레 신문 기자하고는 통화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