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수의 심장’을 가진 무모한 투자자였을까,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와 결탁한 이익공동체였을까.
‘거액 코인 논란’의 주인공인 김 의원이 14일 민주당을 스스로 탈당한 가운데, 여전히 그의 투자 행위를 둘러싸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김 의원이 코인 투자에서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알려진 ‘비상장 코인 투자’에 30억원대 ‘몰빵’ 투자를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코인 유통량 대비 지나치게 큰 투자라서 김 의원 때문에 해당 코인 가격이 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코인 전문가들은 “이례적 투자”라며 ‘겉으로만 보면 발행사와 공동체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클립(KLIP) 지갑의 거래 내역을 보면, 지난해 2월15일 총 51만2천여개(33억원어치)의 위믹스 코인이 절반씩 테더(USDT) 118만1560개와 클레이페이(KP·케이피) 코인 58만9100여개로 교환됐다. 80억원대로 알려진 김 의원 코인 자산의 3분의 1을 넘는 거액이다.
이 거래는 클레이페이 코인의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LP)로 참여하기 위한 거래로 보인다. 비상장 상태인 신규 코인들은 거래가 힘들다. 이 때문에 ‘스와프’(기존 통화와 물물교환)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통해 현금화 가능한 상장 코인으로 교환해야 한다. 클레이스왑이 대표적인 스와프 서비스 제공 업체다.
클레이스왑에는 클레이페이를 상장 가상자산과 교환할 수 있는 여러 교환 상품이 출시됐다. 김 의원은 이 중 하나인 ‘클레이페이↔테더’ 상품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테더 1개는 미국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다. 즉 달러로 클레이페이를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자신의 돈을 투자한 것이다.
김 의원의 투자는 클레이페이에 호재였다. 누군가 거액을 투자해 ‘신생 코인의 현금화’를 돕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 투자 전날 1200~1400원대를 오갔던 클레이페이는 김 의원이 투자한 15일 최고 3000원 가까이 치솟았다. 당시 클레이페이의 하루 거래량은 20만~80만개 수준이었다. 하루 전체 거래량을 넘어서는 규모의 대규모 투자라 일반 투자자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김 의원 지갑에 담긴 클레이페이 247만개도 이날 기준 전체 유통량 약 618만개의 40% 수준에 달한다.
가상자산 전문가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클레이페이과 비슷한 구조인 다른 가상자산에 (분산) 투자해도 수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거액을 한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외양만 보면 (김 의원과 발행사가) 공동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씨도 <한겨레>에 “정치인에게 돈이나 코인이 아닌, 무형의 정보가 상납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라며 “해당 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 밝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투자로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준 클레이페이 코인 1개의 가치는 약 19원이다. 거래도 거의 없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을 당시의 70분의 1 수준이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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